[의정단상] 전통시장이 ‘봄 희망’을 알려야 한다

경기일보 2023. 3.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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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봄을 맞이한 전통시장에선 온갖 나물이 우리를 반긴다. 달래, 냉이, 머위, 미나리, 참나물, 곰취, 두릅의 향내가 발걸음을 잡아당긴다.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온갖 봄나물들로 봄이 다가온 것을 실감한다.

갓 나온 봄나물처럼 동토를 뚫고 자라난 새싹과 동면을 마친 짐승들의 생기가 새로운 시작,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절망도 조용히 도둑처럼 온다. 따뜻한 기온과 낮은 습도로 불길이 번지기 쉬운 봄철 불 소식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 발령’ 재난문자가 도착했다. 정치에 몸 담고 있는 나로선 봄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지난 4일 지역구인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서도 큰 화재가 발생했다. 커다란 화마가 세 시간도 안 돼 시장을 삼켰다. 각종 봄나물 내음을 풍기며 활기 넘치던 현대시장은 한순간 재로 뒤덮였다. 요란하던 시장 골목엔 회색빛 재와 함께 절망한 상인의 한숨이 내려앉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총 299건의 전통시장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는 두 달 사이 벌써 14곳의 시장이 불탔다. 4일 인천 현대시장, 6일 강원 삼척번개시장에 화재가 잇따르자 행정안전부는 5월까지 전통시장 화재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같은 기간 피해액은 약 824억원에 달했다. 주 원인은 ‘전기’가 132건, ‘부주의’가 104건이다. 사람 탓이다. 현대시장 화재 원인은 술김에 저지른 방화로 밝혀졌다. 이 또한 사람 탓이다.

문제는 더 있다. 사람에 의해 실화된 불이 사람이 만든 전통시장 구조물 탓에 피해가 더욱 심화됐다. 정부는 2003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아케이드 설치가 많은데 현대시장 화재 당시 아케이드로 인해 불길이 확산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시장의 아케이드는 폴리카보네이트(PC) 재질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재질이었던 아크릴(PMMA)보다 화염 전파는 느리지만 똑같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소방청 화재실험 결과 공식 확인됐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인천 전통시장의 81%가 PC다. 최근 행안부 관계자는 ‘가연성 아케이드 설치 등 전통시장 현대화 과정에서 취약지가 생기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현대시장의 화재 잔재물 처리는 완료됐다. 그득히 쌓인 잿더미 중 달래와 냉이도 있었을 것 같다. 봄을 미처 다 알리지 못한 채 한 줌 재가 된 봄나물들을, 그 봄나물을 팔지도 못한 채 피해 복구 대책만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을 상인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지난 13일 전통시장 현대화사업 추진 시 관할 소방당국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전통시장 화재예방법’을 대표발의했다.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어제 미추홀소방서 관계자도 만났다.

봄을 알리는 소식이 불이어선 안 된다. 향긋한 봄나물 내음과 발 디딜 틈 없이 활기찬, 달래간장과 냉이된장 끓일 생각에 설렘 가득한 전통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전통시장이 봄의 희망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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