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만이 지켜본 그 경기...WBC 유일무이 '준우승' 쾌거[그해 오늘]
9회 2사서 이범호 적시타로 동점 만들었으나 연장서 패배
2700만 명 시청...당해 세계 모든 경기 중 6번째 多
연봉 총액 17배 차 일본과 대등한 경기로 '졌잘싸' 평가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2009년 3월 24일(한국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일본의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 대한민국은 9회 말 2아웃에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며 연장까지 가는 뒷심을 발휘했지만 일본에 아쉽게 무릎을 꿇고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다. 이때의 준우승은 우리나라의 WBC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이후 우리나라는 1라운드 탈락의 수모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범호는 다르빗슈 유의 3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쳤고 타구는 5만4000여 명이 꽉 들어찬 다저 스타디움의 2, 3루 사이를 시원하게 갈랐다. 대주자 이종욱이 홈으로 전력 질주했고 좌익수 우치카와 세이이치는 홈 승부를 포기했다.
극적인 동점에 대한민국은 들썩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경기는 무려 2700만 명이 시청하며 그해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TV 시청자가 본 스포츠 경기로 기록됐을 정도로 국민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경기였다.
이 안타가 더욱 대단했던 것은 당시 대회에서 다르빗슈 유는 우타자를 상대로 이범호와의 타석 이전에 22타수 2안타 즉 피안타율 0.091로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범호의 집중력에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게 된 다르빗슈 유는 다음 타자 고영민을 상대로 분노의 156km/h 강속구를 던지며 4구 만에 삼진을 잡았다. 경기는 이닝 종료로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결국 10회 초 터진 스즈키 이치로의 2타점 결승타에 대한민국은 3:5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06년 열린 제1회 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던 우리나라는 3년 만에 열린 ‘야구 월드컵’ WBC에서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준우승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크게 고무됐다. 야구 팬들의 자긍심은 하늘을 찔렀다. 김응용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모든 팀에 다 이겨도 일본에 지면 전패고, 다른 나라에 다 져도 일본에 이기면 전승”이라는 말대로 한일전은 스포츠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야구 인프라가 우리를 압도하고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일본 야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야구보다 객관적 전력상 한 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 받았다. 그런 일본을 상대로 해당 대회에서만 총 5번의 경기를 치러 2번 승리했기에 ‘졌지만 잘 싸웠다’는 격려의 박수가 아낌없이 터져 나왔다.
특히 당시 일본 선수단의 연봉 총액은 우리나라 선수단의 연봉 총액보다 약 17배나 많았다. 우리나라 선수 연봉 총액은 76억 원이었던 데 반해, 일본 선수 연봉 총액은 1315억 원에 달했다. 비록 대한민국이 아쉽게 지긴 했지만 당시 야구 팬들 사이에선 승패를 떠나 최고의 명승부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경기 이후 대한민국은 1라운드에서 3연속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이 경기가 WBC 토너먼트 마지막 경기가 됐다.
특히 당시 대회는 우리나라 야구 팬들에게 화제성 측면에서도 큰 인상을 남겼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대회 3번째 매치였던 2라운드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1회 말 일본 선발 다르빗슈 유의 난조와 2루수의 수비 실책을 틈타 김현수의 1타점과 이진영의 2타점으로 3점을 내면서 기세를 잡았다. 이 대회 1차전에서 충격적인 콜드 게임 패를 당한 일본과의 2차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 같은 이름의 안중근 의사 이름에 빗대 ‘봉중근 의사’ 혹은 ‘봉중근 열사’의 별명으로 유명세를 떨친 봉중근은 이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서 5.1이닝 1실점 호투하며 우리나라를 4강으로 이끌었다. 일본으로선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에 당한 충격의 2연패였다.
봉중근은 이 경기에서 당시 대한민국팀의 실력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일본의 톱스타 스즈키 이치로를 2번의 날카로운 견제로 슬라이딩 귀루시키며 “이치로, 위치로” 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4강 진출 확정 직후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은 이후 국내 야구 팬들 사이에서 명장면으로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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