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내린 코트…5년 만에 다시 ‘우리 시대’
내리 3연승으로 BNK 주저앉히고
정규리그·통합 우승 기록 새로 써
김단비, 75표 중 63표 ‘통합 MVP’
김정은·박지현과 시너지 효과 폭발
봄비가 내린 부산에 ‘봄의 여왕’이 돌아왔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아산 우리은행은 2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서 부산 BNK에 64-57로 승리했다. 챔프전을 3연승으로 끝낸 우리은행은 2017~2018시즌 이후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상금 6000만원과 정규리그 1위 상금 5000만원 모두 우리은행 계좌에 쌓이게 됐다. 통산 11번째 챔피언에 오른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우승(14회)과 통합우승(10회) 등 우승과 관련된 여자농구 최다 기록을 새롭게 썼다.
챔프전 최다승(18승) 지도자 위 감독은 우리은행에서만 7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김단비는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75표 중 63표를 얻어 정규리그에 이어 통합 MVP가 됐다.
위 감독은 “마치 처음 우승한 기분”이라면서 “(김)단비를 데려오면서 나도 선수도 모두 부담이 컸는데, 우승이라는 멋진 마무리로 끝나 기쁘다”고 웃었다.
김단비도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우승”이라며 “내 이적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고 화답했다.
위 감독이 비시즌인 지난해 여름 던진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다. 우리은행은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김단비를 데려왔다. 주축 자원 김소니아를 보상 선수로 내주는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정상을 되찾겠다는 의지였다. 원래 짜임새 있는 수비를 자랑한 우리은행은 김단비 합류로 높이까지 보강해 정규리그에서 25승5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공교롭게도 디펜딩챔피언 청주 KB 박지수가 공황장애로 코트를 떠난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은행은 독주했다. 득점(평균 73.2점)과 최소 실점(59.3점), 리바운드(43.5개), 어시스트(19.9개), 블록슛(3.5개), 3점슛(9개) 등 대부분 지표에서 단연 1위였다.
매 경기 20점 안팎을 책임지는 동시에 골밑 수비까지 도맡는 김단비는 팀 공헌도 전체 1위(1057.4)다. 김단비가 상대의 견제를 흡수하면서 동료를 살린 것도 잘했다. 덕분에 베테랑 박혜진과 김정은이 부담을 내려놓으며 장기 레이스를 버틸 수 있었고, 5년차 가드 박지현은 데뷔 처음 평균 득점이 15점을 넘기면서 세컨드 옵션으로 성장했다.
동료를 빛나게 하는 ‘단비 효과’는 이날도 재현됐다. 김단비는 12점(6어시스트)에 그친 대신 고비마다 김정은(18점)과 박지현(17점)이 폭발했다. 김단비는 경기 종료 30.5초 전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으로 64-55로 점수를 벌리며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단비가 프로에 데뷔한 이래 자신을 응원한 팬들에게 “우승하는 선수의 팬으로 만들어 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순간이었다.
다음 시즌 목표는 ‘우리 천하’ 부활
우리은행 다음 목표는 과거 우리은행이 6년간 정상을 독점한 ‘우리 천하’(2012~2018년)의 부활이다. 지난 시즌 청주 KB에 우승컵을 안긴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가 옛 기량을 되찾는다면 쉽지 않은 목표이기도 하다. 위 감독은 “사실 박지수가 뛰었다면 올해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이어 “다음 시즌에는 KB도 다시 돌아오고, 부상을 털어낸 삼성생명과 BNK도 만만치 않다”며 “여자프로농구가 더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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