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눈물 참지 못한 '통합 MVP' 김단비 "잘해야 한다는 부담 컸다"
[부산=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이 팀에서 더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열심히 했다"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최우수선수(MVP)가 된 김단비(아산 우리은행 우리WON)가 소감을 전했다.
우리은행은 2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부산 BNK썸과의 3차전 원정경기에서 64-57로 이겼다.
정규리그에서 25승 5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올랐던 우리은행은 이로써 챔프전 전적 3승 무패를 기록, 통합우승과 마주하게 됐다. 우리은행의 통합우승은 지난 2017-2018시즌 이후 5시즌 만이다.
우리은행은 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종료되며 챔프전이 열리지 않았던 2019-2020시즌에도 우승을 인정받았지만, 코트장에서 종료 부저와 함께 '정상적'으로 챔프전 우승의 기쁨을 맛본 것은 2017-2018시즌이 마지막이었다.
또한 우리은행은 통산 11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자 10번째 통합 우승이라는 위업도 세우게 됐다.
우리은행의 이 같은 결과물에는 김단비의 활약이 컸다. 이번 비시즌 기간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에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그는 정규리그에서 30경기에서 평균 31분 55초를 뛰며 17.17득점 8.77리바운드 6.10도움 1.30블록을 기록,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에 앞장섰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MVP의 영예를 안은 김단비는 챔프전에서도 여전한 면모를 과시했다. 1, 2차전에서 팀내 최다 득점을 작성했고 이날도 12득점을 올리며 우리은행 승리에 기여했다. 시리즈 후 기자단 투표 75표 중 63표를 받으며 김단비는 우승은 물론, '통합 MVP'의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경기 후 김단비는 "사실 (통합 MVP 이야기에) 많이 부담이 됐다. 오늘 경기를 하면서도 '이건 내가 받으면 욕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MVP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단비는 MVP 트로피를 받은 후 동료 선수들에게 큰 절을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이들어서 팀을 옮긴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어릴 때 적응하는 것과 고참이 되서 새 팀에 적응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후배 선수들과 언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재차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김단비는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후 부담감으로 힘들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잘 해야한다는 부담이 컸다. 오래 몸담았던 신한은행을 뒤로 하고 우리은행에 왔을 때 '왜 신한은행에서 프랜차이즈로 안 남고 괜히 이적을 해 고생을 할까'라는 말을 들을까봐 걱정했다. 또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 되지 않을까란 고민도 있었다"며 "결국 경기에서 내 실력을 보여줘야 했다. 이 팀에서 더 잘하고 잘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열심히 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썼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단비는 또한 프로 초창기 시절 자신의 스승이자 현재 사령탑인 위성우 감독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날 인정해주시고 항상 믿어주셨다. 이젠 어떤 분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며 "10년이란 기간 동안 떨어져 있었는데도 감독님이 나에 대해 너무 잘 아시더라. 그저 항상 감사한 분"이라고 했다.
김단비는 과거 신한은행 시절 이후 오랜만에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그땐 어려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엔 농구 선수로 지낸 16년의 세월이 스쳐지나가더라. 우승이라는게 이제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승을 하게 돼 기쁨이 두 배로 크다"고 미소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김단비는 향후 계획에 "좀 쉬고 싶다. 선수들이 뒷풀이를 엄청 기대하더라. 작년에도 진짜 재미있었다고 했다. 일단 뒷풀이를 즐길 생각"이라며 "올해는 운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다음시즌은 더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고 본다. 더 준비를 많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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