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사인은 납중독 아닌 음주”
유전·술·간염 의한 간경변 가능성
1999년 발표 ‘납중독설’ 오류 판명
위장병·청력 상실 원인은 못 찾아
작곡가 루드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의 사망 원인은 납중독이 아닌 유전적 요인과 음주, B형간염에 따른 간경변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 독일, 벨기에 등 6개국 연구자들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22일(현지시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베토벤은 사망 직전 위장과 간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사후 부검을 통해 간경변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간경변의 구체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베토벤의 머리카락으로 알려진 8개 타래의 머리카락 샘플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중 뮐러 타래, 베르만 타래, 할름-세이어 타래, 모셸레 타래, 스텀프 타래는 19세기에 살았던 중부 유럽인 남성 한 명의 머리카락인 것으로 판명됐다. 연구팀은 여러 정보를 종합할 때 이 5개 타래가 베토벤의 진짜 머리카락인 것으로 보고 DNA를 추출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베토벤이 유전적 요인, B형간염, 음주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간경변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분석 결과 베토벤은 간질환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를 갖고 있었고, 사망하기 적어도 몇 개월 전에 B형간염에 걸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베토벤은 생전에 주기적으로 술을 마셨는데, 지속적인 음주는 간염과 함께 간경변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베토벤이 B형간염에 걸린 원인으로 출산 과정에서 어머니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에 참여한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아르투어 코허 박사는 이런 경우 B형간염이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베토벤의 위장질환 및 청력 상실과 관련해서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1999년 발표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납중독에 의한 사망설은 완전한 오류인 것으로 판명됐다. 납중독설은 작곡가이자 베토벤 숭배자였던 페르디난트 힐러가 보관하고 있던 머리카락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 것으로, DNA 분석 결과라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주장으로 꼽혀왔다. 이를 다룬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2005년에는 다큐 영화로도 제작됐다.
연구팀은 그러나 ‘힐러 타래’로 알려진 이 머리카락을 분석한 결과 베토벤이 아닌 동유럽 유대인 여성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애초 힐러가 작은 상자에 보관하고 있던 베토벤의 진짜 머리카락은 훼손됐고, 누군가가 힐러의 며느리였던 동유럽 출신 유대인 조피 리온의 머리카락을 대신 넣어놨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베토벤이 흑인이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판 베토벤’이라는 성을 쓰는 벨기에의 한 가문도 이번 연구를 통해 베토벤과 아무런 유전적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이 베토벤의 부계 조상 중 한 명이 혼외 관계를 통해 낳은 자식의 후손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문의 가족들은 지난 15일 연구팀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 충격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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