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선택 되진 않을까?’ 김단비가 짊어졌던 부담감
김단비는 23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BNK썸과의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 선발 출전, 12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아산 우리은행의 64-57 승리에 기여했다. 우리은행은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를 기록, 통산 11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챔피언결정전 MVP는 김단비에게 돌아갔다. 김단비는 기자단 투표에서 75표 가운데 63표를 획득, 박지현(11표)을 큰 차이로 제치며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MVP 트로피를 품었다. 챔피언결정전 3경기 기록은 평균 18.3점 6.3리바운드 4.3어시스트.
김단비는 ‘단비은행’이라 불릴 정도로 인천 신한은행에서 상징적인 선수였다. 그랬기에 오프시즌에 FA 김단비가 우리은행과 맺은 계약은 WKBL 역사상 손꼽을 정도로 쇼킹한 소식이었다. 김단비가 짊어져야 할 부담감이 컸던 것은 물론이다. 이적을 결정하기까지의 마음고생이 떠오른 듯, 김단비는 인터뷰 도중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주위에서 챔피언결정전까지 MVP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해서 많은 부담이 됐다. 오늘 경기 도중 ‘이 상까지 받는 건 내 욕심’이라 생각했는데 표를 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내 생각에 챔피언결정전 MVP는 (박)지현이다. 정규리그,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모두 의지를 많이 한 동료다. 앞으로 박지현의 시대가 열릴 거라 확신한다.
신한은행 시절 경험했던 우승과의 차이점
그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프로 16년 차인데 그동안의 세월이 떠올랐다. 우승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태에서 한 우승이어서인지 기쁨도 2배인 것 같다. 물론 우승이 MVP보다 기쁘다. 우승했기 때문에 MVP도 있는 것이다.
이적 후 부담감
이전 팀(신한은행)에서 워낙 오랫동안 뛰었다. 다들 알고 있듯 나에겐 고향 같은 팀이다. 그걸 뒤로 하고 우리은행에 왔는데 ‘쟤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수 있었는데 왜 우리은행 와서 고생하지?’란 말을 듣진 않을지 걱정됐다. (눈물을 흘린 후)‘잘못된 선택이 되진 않을까’란 걱정을 많이 했다. 인터뷰하다 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된 후 동료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나이 들어서 팀을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젊었을 때와 고참이 되어 적응하는 건 많이 다르다는 얘기도 들었다. 막상 와보니 후배들, 언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적응을 위해 많이 도와줬다. 원래 있었던 팀처럼 편하게 대해줬다. 그래서 적응도 잘했고,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고마운 마음이 커서 큰절을 했던 것 같다.
우승은 어떤 의미인가?
우승, MVP와 거리가 멀었다. 인터뷰할 때마다 “어, MVP가 없네요?”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없어도 되죠. 중요한 거 아니잖아요”라며 넘겼고, 나도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계속 들다 보니 ‘이왕 농구 시작한 거 최고의 상을 한 번 받아보는 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우승하고 MVP도 받으니 농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농구를 했을까?’란 생각도 수없이 해봤지만, 결국 이렇게 결실을 맺어서 기쁘다. 다른 일 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농구를 해서 이 자리까지 왔고, 너무 기분 좋다.
위성우 감독은 어떤 존재?
어떤 존재인지 이제 모르겠다(웃음). 나를 많이 믿고 인정해주신다. 10여 년 동안 떨어져 있다가 다시 같은 팀이 된 건 한 시즌밖에 안 됐는데 나에 대해 너무 잘 안다. 어떤 표정일 때 어떤 경기력이 나오는지 알고 있으신 것 같다. 고마운 분이다.
부상으로 고생한 박혜진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발바닥이 안 좋았다. 많이 아파했는데 그걸 지켜보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박)혜진이가 없었을 때 막막했다. 재활을 잘 마치고 돌아와줬고, 아픈데도 같이 우승하고 싶다고 말해줬다. 내가 도움을 많이 못 줘서 미안하다. 아픈데도 옆에서 큰 힘이 되어줘서 고맙다. 앞으로 발바닥이 좋아질 수 있도록 내가 한 발 더 뛰겠다.
아직 생각 안 해봤다. 우리에겐 운이 따른 시즌이었다. 운도 실력이지만, 다음 시즌은 더 힘든 시즌이 될 거라 생각한다. 잘 준비해서 다시 한 번 우승하는 시즌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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