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개혁을 즐긴다고? 다른 대안은 없다”
“올해 말에 개혁안 시행
인기보다는 국익 선택”
강한 반대 여론에도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더 오래 기다릴수록 (연금 재정이) 악화한다”며 올해 말 연금개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TF1, 프랑스2 방송이 생중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가 (2017년) 첫 임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연금 수급자는 1000만명이었지만, 지금은 1700만명이 됐다”며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며 “단기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국가의 일반적인 이익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진행자 2명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35분간 이어진 이날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내가 이 개혁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며 다른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정부가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법안 처리를 강행한 이후,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퇴직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내용 등이 담긴 연금개혁 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자, 헌법 49조3항을 사용해 표결을 생략했다. 이에 반발한 야당 의원들이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지만 과반에서 9표가 모자라 부결됐고, 연금개혁 법안은 자동으로 하원을 통과한 효력을 가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법안을 강행한 것에 후회는 없다면서도 왜 연금개혁이 필요한지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시위와 파업할 권리는 존중하지만, 어떤 노조도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보른 총리를 여전히 신임한다며 야권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다만 보른 총리가 하원에서 장악력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하원에서 집권당 의석은 250석으로 가장 많기는 하지만, 과반(289석)에 미치지 못해 야당의 지지 없이는 법안을 단독 처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야당·노동계 더욱 반발
“불난 곳에 기름 부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인터뷰가 방송되자 야당과 노동계는 더욱 반발했다. 주요 노동조합들은 지난 1월 정부의 연금개혁안 발표 이후 대규모 반대 시위와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동계는 23일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9차 시위를 예고했다. 필리프 마르티네스 노동총동맹(CGT) 사무총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금까지 시위해온 수많은 사람을 업신여겼다”고 밝혔고, 올리비에 포르 좌파 사회당 대표는 “불난 곳에 기름을 더 부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2017·2022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맞붙은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프랑스인들이 이미 느끼고 있는 모욕감을 더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법 절차를 마친 연금개혁 법안은 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검토를 받게 됐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국민연합과 좌파연합 뉘프(NUPES)는 전날 헌법위원회에 연금개혁 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져 달라고 신청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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