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북한산 주변도 고층건물을”…완화 요구 봇물

김보미 기자 2023. 3. 2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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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남산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풍경. 한수빈 기자
중구·강북 주민 공청회 개최 등
최고고도지구 높이 상향 요구
오세훈 “변화 때 됐다” 검토 뜻
30년 전 조망권 위해 지정 때
오랜 여론 수렴·공론화 절차
전문가 “보존 마지노선 필요”

‘주민의 산 vs 모두의 산’ ‘재산권 vs 조망권’.

자연경관 보호를 위해 설정된 서울 시내 고도제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도심과 아파트 재건축 등 개발 규제 완화와 맞물려 최고 고도 역시 조정해야 한다는 자치구들 요구가 커지면서다. 주거환경 개선 욕구와 사회·문화 자원 보존 가치가 맞서면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강북구와 중구에 따르면, 두 자치구는 최근 서울시에 최고고도지구 높이 완화를 제안하기 위한 주민 공청회와 전문가 토론회를 잇따라 열었다.

남산과 관련해 중구는 30년 전 설정된 조망권을 현시점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규제의 불합리성을 없애고 현실적인 주거정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강북구 역시 북한산에 둘러싸인 지역의 주택 노후도가 커져 주거지 개발 욕구가 크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지난 21일 토론회에서 “고도제한 맹점은 도시환경 변화로 남산 조망점이 보이지 않는 곳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라며 “지구 내 모든 지역의 높이 완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주거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열악한 정주 여건은 인구 유출로 이어진다는 게 자치구들의 주장이다. 공공 재개발, 철도망 확충 등을 위한 타당성·사업성 조사에서 탈락하며 환경 개선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중구 주민 70%가 밀집된 신당역~버티고개역 2.8㎞ 일대 주택의 노후 비율은 65.1%에 달해 서울 평균 주택 노후율(49.5%)을 웃돈다. 강북구 역시 노후도가 63.4%에 이른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지난 17일 공청회에서 “공공 재개발을 추진해도 실현 가능성이 작아 선정되지 못하거나 정비예정구역도 사업성 결여로 무산되는 일이 반복됐다”며 “합리적 고도제한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북구는 높이 규제를 20m에서 28m로 완화하는 한편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 시에는 최대 15층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높이를 관리할 수 있는 역세권과 지구단위계획에서는 고도제한을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서울 시내 최고고도지구는 총 8곳으로 약 9.2㎢ 규모로 지정돼 있다. 1995년 지정된 총 242만㎡ 남산지구는 중구에만 15개동(111만㎡)이 포함돼 있다. 1990년 지정된 북한산지구는 3.55㎢ 규모로 강북구 면적이 2.39㎢에 달한다. 강북 지역 시가지의 25.4% 수준이다.

남산과 북한산 주변 높이 규제는 1990년 전후 개발 심화에 따라 원래 도시 모습과 시민 조망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구체화됐다.

서울시는 최근 용도지역 제도 자체를 유연화하기로 하면서 고도제한 재검토 요구에는 동의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지나치게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측면이 있다”면서 “변화를 모색할 때가 됐다는 관점에서 검토를 시작했다”고 했다.

고도제한 재조정 윤곽은 2021년 서울시가 시작한 고도지구 재정비를 위한 용역이 오는 11월 마무리되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연구에는 북한산(강북·도봉)과 남산(중구·용산)뿐 아니라 경복궁(종로), 구기·평창(종로)·배봉산(동대문)도 용역 범위에 포함됐다. 국회의사당(영등포), 서초동 법원단지(서초), 오류(구로)도 대상이다.

고도지구가 오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정됐듯이 규제 완화도 같은 절차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심경미 건축공간연구소 경관센터장은 “제도 적용으로 지역이 좋아지는 부분(반대급부)을 만들 필요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조망, 보존 대상을 명확하게 선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위재송 한국경관학회 부회장은 “어려운 과정이고 합의도 필요하다”며 “적정한 타협점을 끊임없이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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