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 감독의 진심 “지켜보기 힘들었던 박혜진, 고맙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아산 우리은행은 23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BNK썸과의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64-57로 승리했다. 우리은행은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를 기록, 2017~2018시즌 이후 5시즌만이자 통산 11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김정은(18점 11리바운드 3어시스트)이 해결사 면모를 과시했고, 박지현(17점 12리바운드 4어시스트)은 3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김단비(12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 역시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과시,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됐다.
위성우 감독은 감독 역대 최다인 7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지만, 어느 때보다 큰 부담 속에 맞이한 시즌이었다. 오프시즌에 FA 김단비를 영입했으나 이 과정에서 김소니아(신한은행)가 보상선수로 지목돼 우리은행을 떠났다. 위성우 감독 역시 “부담이 컸다. 우승을 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다”라며 소감을 남겼다.
우승 소감
5시즌 전에 했었는데 그 기억을 잃어버렸다. 처음 우승한 기분이다. 당시에는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 시스템이었따. 플레이오프를 거쳐보니 ‘그때 우승은 우승이 아니었구나’ 싶을 정도로 힘든 시즌이었다. 우승은 해도 해도 기분 좋다.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김단비뿐만 아니라 나도 부담이 상당히 컸는데 마무리를 잘해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다.
위기는 언제였나?
우승은 많이 해봤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시즌 초반 잘 나갈 때 박혜진, 최이샘이 부상을 당했는데 마침 A매치 브레이크 기간이 와서 한 달 정도 쉬었다. 박혜진, 최이샘 없이 치르는 경기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나머지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 빡빡한 일정 속에 이들이 빠졌다면 정규리그 우승은 어려웠을 것이다.
맞대결한 BNK썸에 대한 평가
박지수(KB스타즈)의 복귀 시점이 불투명해 치고 나갈 팀은 BNK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 했다. 지난 시즌에 경험을 많이 쌓았고, 이소희가 특히 잘해줬다. 무시 못 할 전력의 팀이다. 2차전도 김한별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이겼다고 장담 못했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나이가 있어서 피로도를 무시 못한다. BNK 선수들이 정말 많이 성장했다. 이제 마냥 어리게 볼 나이도 아니다. 연차 쌓여서 농구를 잘할 때가 됐다. 대단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부담이 엄청난 시즌이었다. 우승을 해야겠다는 것보다도 김단비를 영입한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김단비 역시 부담이 컸고, 그걸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나를 믿고 온 선수다. 말은 “우승하자”라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김단비가 잘 이겨내줘서 고맙다. 개인적으로는 김정은에게 제일 고맙다. 그동안 부상이 많았던 데다 노장인데 중심을 잘 잡아줬다.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박혜진의 몸이 상당히 안 좋은 상태다. 팀을 위해 희생해준다는 건 그 선수밖에 없다. 몸 상태가 안 좋은 데도 자신이 경기 못 뛰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줬다. 김단비 이상으로 옆에서 지켜보는 게 힘들었던 선수다. 존경하는 선수고, 내가 믿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박혜진, 김정은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KB스타즈가 박지수와 함께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렀다면?
그래서 운이 따라야 한다는 거다. 박지수가 있어서 김단비를 영입했던 것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힘 한 번 못 써봤다. 사실 상대 팀 입장에서 경쟁 팀의 주축이 없으면 좋긴 하다. 챔피언결정전에서 KB와 붙었다고 가정하면, 우승을 장담할 순 없겠지만 지난 시즌처럼 허망한 챔피언결정전이 되진 않았을 것 같다. 박지수는 대단한 선수다. 지난 시즌처럼 3패는 아니더라도 박빙의 승부를 펼쳐 팬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챔피언결정전이 되지 않았을까. 다음 시즌은 삼생명성도 부상선수들이 돌아와 상당히 좋은 전력이 될 것 같다. BNK도 챔피언결정전 경험을 토대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모른다. 다음 시즌은 더 재밌는 WKBL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발 밟지만 말아줬으면 했다(웃음). 선수들이 즐겁다면 무엇이라도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보는 이들이 재밌었다면 만족한다.
※ 우리은행 선수들의 세리머니도 깨알 같은 재미를 줬다. 선수들은 물총으로 위성우 감독을 저격하는가 하면, 뿅망치로 위성우 감독을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끝판왕’은 김정은이었다. 권투용 글러브를 착용, 위성우 감독에게 펀치를 날리며 설움(?)을 씻었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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