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끼로 버티지만…감당 안 돼요” 한계치 달한 대학생들 ‘생활고’
절약 위해 ‘식비’ 가장 먼저 줄여…등록금 등 부담 완화 촉구
대학생 김민경씨(26)는 올해도 등록금·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등록금 대출은 4번째, 생활비 대출은 8번째다. 수업과 학교 활동을 할 때를 빼고는 일주일에 5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10만원의 가스비, 5만원의 대출이자, 교통비·통신비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 그는 줄일 수 있는 비용을 매일 셈한다고 했다. 김씨는 “식비를 줄이려 해도 편의점 김밥부터 3000원이 훌쩍 넘는다”며 “앞으로 등록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벌써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23일 ‘등록금 및 생활비 인상’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씨를 비롯한 대학생들은 자신이 겪은 생활고를 호소하며 등록금·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대학생들은 올해 물가 인상의 영향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박서림씨(21)는 “요즘 한 끼는 라면에 삼각김밥이어도 3000원이 들고, 컵밥을 먹으면 5000~6000원, 식사다운 식사를 하면 1만원이 사라진다”고 했다. 박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당을 많이 주는 물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달 자취를 시작한 안종범씨(21)는 “주변에서 도시가스비 올랐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며 “씻을 때만 잠깐 보일러를 트는데도 이달 고지서가 두렵다”고 말했다.
전대넷이 지난 5일부터 11일간 48개 대학 20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5.1%는 ‘최근 물가 인상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 항목은 식비(1164명·56.1%)였고, 이어 등록금(312명·15%), 공과금(129명·6.2%) 등의 순이었다.
대학생들이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가장 먼저 줄인 것은 ‘식비’(1603명·77%)였다. 지난겨울 ‘하루 식비 1만원 챌린지’를 시도했다는 이혜진씨(23)는 “하루에 한 끼를 먹을 때도 많았다”며 “1000원짜리 학식이 20분 만에 동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1000원의 아침밥’은 학생이 1000원을 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1000원, 대학이 나머지 금액을 보조하는 사업이다. 올해 전국 대학 41곳이 참여하고 있다.
전대넷은 학생들이 줄일 수 없는 비용인 ‘등록금’이 인상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서원 전대넷 7기 의장은 “2023년 12개 대학이 물가상승 등의 이유로 등록금을 인상했다”며 “교육부와 대학은 등록금 문제를 대학생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을 책임질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1000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 등과 같이 정부가 대학생들의 생활비 경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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