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거장을 만나다] 지리산이 낳은 소설가 이병주
[KBS 창원] [앵커]
KBS는 경남이 낳은 문화예술 분야 거장들의 예술혼을 재조명하는 '경남의 거장을 만나다'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이 달(3월)에 만날 인물은 지리산이 낳은 소설가, 이병주입니다.
유려한 필력으로 80여 권 작품을 남긴 이병주의 문학 세계를 진정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민족의 비극과 사연이 서린 지리산은 마흔넷의 이병주를 마침내 소설가로 키워냈습니다.
[이권기/이병주 아들/경성대 명예교수 : "눈을 남으로 돌리면 산봉우리가 파도처럼 아득히 시야 속에서 물결치고, 서쪽과 북쪽으로 고개를 젖히고 쳐다봐야 할 산봉우리들이 첩첩이 쌓여 있었다."]
대하소설 지리산은 일제강점기에서 6·25 전쟁 직후까지 근현대사의 시련을 유려한 문장으로 추적합니다.
1921년 하동군 북천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이병주는 20대 진주와 마산에서 교수를 지낸 뒤 30대 부산에서 언론인으로 변신합니다.
언론인 시절 겪은 민주화운동과 5·16 군사 쿠데타는 그의 인생을 다시 한번 바꿔놓습니다.
[조봉권/국제신문 기자 : "그 당시 편집국장이 이병주 선배였고요. 그때 3·15와 4·19를 다룬 국제신문 보도를 보면 거의 아름답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적극적이고 과감하고 분량이 많습니다."]
2년 7개월 감옥에서 구상했던 첫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하면서 44살 늦깎이로 등단합니다.
27년 동안 한 달 평균 원고지 천 여 매를 써 내려가며 80편이 넘는 작품을 펴냈습니다.
건강이 나빠지자 펜 대신 구술로 작품활동을 이어가려 했으나, 폐암으로 71년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권기/이병주 아들/경성대 명예교수 : "생명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느끼시고, 속기사를 채용해서 그것(소설)을 완성하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그 와중에 갑자기 돌아가셨으니까…."]
그가 떠난 뒤 고향 북천에는 작은 문학관이 들어섰고, 그의 이름을 딴 백일장과 국제문학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병주/소설가/1985년 KBS '11시에 만납시다' : "역사가 건져 올리지 못한 역사의 행간에 산일(散佚)된 우리 민족의 진실이랄까, 인간의 진실이랄까, 이것을 (조명하는 것이 포부였고)…."]
지리산에서 시작된 이병주의 문학 세계는 지금도 지리산 자락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진정은입니다.
진정은 기자 (chri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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