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한은…다음달 금리 동결 전망
환율 등 외국인 자금 흐름 주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그치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여유를 벌었다. 다만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고, 한·미 금리 차가 약 22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것은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용·소비 등 경제지표가 탄탄해 이달 초만 해도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리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등 중소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면서 0.25%포인트 인상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한은도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현 3.50%)를 동결하는 등 긴축 속도를 늦추고, 지금까지 진행한 긴축의 효과를 지켜볼 여유를 확보했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지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 폭(45억2000만달러)을 기록하는 등 경기둔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4.8%)은 10개월 만에 4%대로 하락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 측면에서도 은행 연체율이 서서히 상승하는 등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상이 중단된 게 아니라는 점은 한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기준금리 전망(점도표)을 종전대로 5.1%로 유지, 앞으로 0.25%포인트를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한 번 더 단행하면 양국의 금리 차는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금리 차가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상승해 진정되고 있는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한·미 금리 차보다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른 달러화 강세 유무와 같은 요인이 외국인 자금의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격차가 기계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통화정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더 갈 거냐 이런 불확실성이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연준의 기조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한은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한은은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3.7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행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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