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라진 1등 복권…위치 알 유통 데이터도 열었다 (끝까지판다 풀영상)

박현석, 유수환 기자 2023. 3. 2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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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끝까지판다'팀은 올해 초 한 즉석복권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렸습니다. 시중에 풀린 1천 원짜리 즉석복권에서 무엇인가 오류가 발견됐는데도 담당 업체가 그것을 숨긴 채 계속 복권을 팔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20만 장은 업체가 시장에서 회수했는데, 5억 원짜리 1등 복권은 끝내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회수된 20만 장 안에 혹시 1등이 있던 것 아니냐, 그러면 대국민 사기 아니냐 이런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후에 저희가 더 취재한 결과, 문제가 있는 복권 가운데 당첨 복권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담당 업체가 처음부터 파악했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박현석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박현석 기자>

재작년 9월 6일 스피또1000 58회차 즉석복권에서 발생한 오류.

정부 복권위원회와 수탁업체 동행복권은 이를 알리지 않다가 두 달 뒤 일부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당시 사흘 만에 오류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뒤늦게 밝혔습니다.

당첨 데이터 훼손으로 인한 육안상 당첨과 시스템상 당첨의 불일치를 확인한 뒤 오류로 추정되는 20만 장을 시장에서 회수, 분리 조치했다는 것입니다.

'끝까지판다'팀은 먼저 동행복권 측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20만 장을 추려냈는지부터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SBS가 입수한 복권 오류가 확인된 다음 날인 2021년 9월 7일 동행복권 관계자들의 텔레그램 대화방 내용입니다.

아침 8시 반쯤 복권 오류 발견 사실이 처음 전파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1시간 40분 뒤, '검증번호 누락 없음'이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여기서 검증번호는 당첨 확인을 위해 부여된 일련번호로 즉석복권을 긁고 나서야 볼 수 있는 당첨 확인용 번호입니다.

복권 유통을 위해 처음부터 하단에 노출돼 있는 번호와는 다른 것입니다.

검증번호 누락이 없다는 것은, 일련번호가 빠진 것은 없다, 즉 훼손된 당첨 데이터를 다른 무언가와 통째로 비교했더니 그랬다는 이야기로, 동행복권과 복권위원회는 당시 복권 인쇄소에 남아 있던 백업 당첨 데이터를 훼손된 데이터와 비교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증번호 누락 없음', 다음 메시지는 '총 18만 90매 등위 불일치'였습니다.

18만 90장에서 등수가 바뀌었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바로 아래 '기존 0등이었는데, 1등 2매, 2등 2매, 3등 2천719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라고 썼습니다.

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 0등, 즉 꽝이 1등으로 바뀐 것이 2장, 2등으로 바뀐 것이 2장, 반대로 기존 1등이 꽝으로 바뀐 것이 2장, 기존 2등이 꽝으로 바뀐 것이 2장인 것처럼 표기돼 있습니다.

등수가 바뀐 것이 있는지까지 확인했고 그 안에 1등이 2장이나 들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당시 회수한 그 20만 장에 대한 분석값이냐고 묻자,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니 최근 뜻밖의 해명을 내놨습니다.

[복권위원회 관계자 : 인쇄된 게(즉석복권) 만약에 A라고 하면, PTMS(훼손된 당첨 데이터)가 B고, 이제 백업 데이터가 C잖아요. A, B, C가 다 달랐던 거죠.]

알고 보니 그 백업 당첨 데이터마저도 훼손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단, 훼손 시점이나 정도가 달랐는지, 둘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고, 훼손된 것들끼리 비교한 것이니 1등 2장, 2등 2장 이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후 일일이 긁어보는 과정 등을 통해 회수할 20만 장을 다시 특정했지만, 그 안에는 1등이 들었는지 모른다는 것이 동행복권과 복권위원회의 답변입니다.

[남궁헌/인쇄 복권 동호회 매니저 : 술 먹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열어봤지만 1등은 안 봤다. 말도 안 되는 거죠, 이거는.]

결과적으로 당시 어디에도 제대로 된 무결점 당첨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복권위원회는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복권위는 전체 3분의 2에 해당하는 나머지 2천500만 장, 250억 원어치 복권을 조용히 팔았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임찬혁, VJ : 김준호)

---

<앵커>

여기서는 또 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업체 측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어떤 복권이 어디서 팔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를 들여다봤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계속해서 유수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수환 기자>

재작년 9월 오류 발견 당시 1등, 5억 원 당첨 복권은 8장 가운데 1장만 나온 상태였고, 전체 4천만 장 중 2천500만 장이 팔리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시점에 동행복권과 복권 인쇄소는 매우 이례적으로 훼손된 당첨 데이터와 백업 당첨 데이터를 모두 열어 비교, 분석 작업을 했고, 거기에 더해 실제 복권 4만 5천 장을 긁어가며 데이터와 일치하는지 하나하나 실증 작업을 벌였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20만 장을 오류로 특정한 뒤 회수하겠다며 복권위원회에 보고하고 유통 데이터까지 열어본 것입니다.

1등을 비롯한 당첨 복권이 인쇄된 채 풀리는 즉석복권의 경우 당첨 데이터와 유통 데이터는 엄격히 별도 관리하게 돼 있습니다.

두 가지 데이터를 모두 알게 되면 1등 복권을 비롯한 당첨 복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권업계 관계자 (대독) : 정보(당첨) 데이터와 유통 데이터를 짝지어서 찾아냈다는 거잖아요. 그럼 1등이 어디 있는지를 확인하고 판매소도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죠.]

동행복권 측은 당첨 데이터는 별도 회사인 인쇄소에서, 유통 데이터는 유통을 책임지는 쪽에서 열어봤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동행복권 관계자 : 서로 제조사와 유통사가 지금 분리돼 있는 거잖아요. 이게 떨어져서 관리가 되는 거예요, 저희는.]

하지만 복권업계 안팎에서는 복권을 판매하는 도중에 열어봐서는 안 되는 데이터들을 확인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재욱/변호사 :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데이터를 요청하자마자 이렇게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건 감시나 견제 장치가 전혀 없다는 걸로 보이거든요. 법인격이 다르다거나 그런 형식적인 사정만 가지고 안전하다, 문제없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복권법에서는 직무상 알게 된 복권정보를 부당한 목적으로 제공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돼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이번 사건 관련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동행복권과 복권위원회가 당시 복권 정보를 열어본 과정에 대한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준호, CG :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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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현석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회수한 20만 장 안에 '1등 여부' 알고 있었다면?

[박현석 기자 : 1등 복권 1장이 끝까지 안 나오면서 막판까지 전국에 복권 투어를 다닌 소비자도 있다는 소식, 올해 초 첫 보도에서 전해드렸는데요. 만약 그 20만 장 안에 1등 복권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나머지를 팔았다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또 법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고요, 그래서 권익위원회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이 됩니다.]

Q. 제대로 된 '당첨 데이터' 없는데 계속 팔았다?

[박현석 기자 : 황당하죠. 그래서 더 그 회차는 거기서 중단을 하고, 그다음 회차로 넘어갔어야 한다는 것이 복권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런데도 20만 장만 회수하고 계속 팔겠다고 여러 데이터를 열어본 행위가 문제고, 또 그렇게 마음대로 그런 데이터들을 열어볼 수 있도록 돼 있는 지금의 정부 복권 시스템 자체가 후진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Q. 즉석복권 이어 로또 '조작설'까지?

[박현석 기자 : 평균 70~80개 정도가 나오는 로또 2등이 이달 초에 한 회차에서 664개가 나왔고, 그중에 103개가 한 판매점에서 나와서 조작설이 제기된 적이 있었습니다.]

Q. 복권은 모두 한 군데서 발행하나?

[박현석 기자 : 로또도 이 동행복권하고 복권위원회가 발행하고 관리를 합니다. 앵커가 이야기하신 대로 이 복권위원회가 당시에 2등 무더기 사태 조작 아니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저희는 이 내용 말고 복권 관련해서 또 다른 내용 추가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박현석, 유수환 기자zes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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