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거장을 만나다] 지리산이 낳은 소설가 이병주

진정은 입력 2023. 3. 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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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KBS는 경남이 낳은 문화예술 분야 거장들의 예술혼을 재조명하는 '경남의 거장을 만나다'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이 달(3월)에 만날 인물은 지리산이 낳은 소설가, 이병주입니다.

유려한 필력으로 80여 권 작품을 남긴 이병주의 문학 세계를 진정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첩첩이 이어지는 골짜기마다 다 헤아릴 수 없는 민족의 비극과 사연이 서린 지리산.

그 사연을 담아 흐르는 섬진강은 마흔넷의 이병주를 마침내 소설가로 키워냈습니다.

[이권기/이병주 아들/경성대 명예교수 : "눈을 남으로 돌리면 산봉우리가 파도처럼 아득히 시야 속에서 물결치고, 서쪽과 북쪽으로 고개를 젖히고 쳐다봐야 할 산봉우리들이 첩첩이 쌓여 있었다."]

대하소설 '지리산'은 일제강점기에서 6·25 전쟁 직후까지 근현대사의 시련을 유려한 문장으로 추적합니다.

[진효정/이병주 문학관 사무국장 : "지리산을 배경으로 했던 작품의 작가는 이태 선생이 있고, 이병주 선생이 있고, 그리고 조정래 선생, 세 분을 거의 동시대…."]

첫 집필 뒤 15년 만인 1985년 지리산을 완간한 작가는 KBS를 찾아 험난한 집필 과정을 전했습니다.

[고 이병주/소설가/1985년 KBS '11시에 만납시다' : "(지리산은) 1970년에 시작을 했어요. 1975년까지 5년 동안 연재를 하다가 여러 사정이 있어서 8년 동안 중단을 했었죠. "]

1921년 하동군 북천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이병주는 20대 진주와 마산에서 교수를 지낸 뒤 30대 부산에서 언론인으로 변신합니다.

언론인 시절 겪은 민주화운동과 5·16 군사 쿠데타는 그의 인생을 다시 한번 바꿔놓습니다.

[조봉권/국제신문 기자 : "그 당시 편집국장이 이병주 선배였고요. 그때 3·15와 4·19를 다룬 국제신문 보도를 보면 거의 아름답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적극적이고 과감하고 분량이 많습니다."]

2년 7개월 감옥에서 구상했던 첫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하면서 44살 늦깎이로 등단합니다.

그리고 관부연락선과 바람과 구름과 비, 행복어 사전, 그해 오월, 지리산, 산하….

27년 동안 한 달 평균 원고지 천 여 매를 써 내려가며 80편이 넘는 작품을 펴냈습니다.

[하태영/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당대 최고의 평론가인 김윤식 교수가 돌아가시기 전에 주변에 말씀하셨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소설가가 누구냐고…. 아, 이병주!"]

건강이 나빠지자 펜 대신 구술로 작품활동을 이어가려 했으나, 폐암으로 71년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권기/이병주 아들/경성대 명예교수 : "생명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느끼시고, 속기사를 채용해서 그것(소설)을 완성하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그 와중에 갑자기 돌아가셨으니까…."]

그가 떠난 뒤 고향 북천에는 작은 문학관이 들어섰고, 그의 이름을 딴 백일장과 국제문학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병주/소설가/1985년 KBS '11시에 만납시다' : "역사가 건져 올리지 못한 역사의 행간에 산일(散佚)된 우리 민족의 진실이랄까, 인간의 진실이랄까, 이것을 조명해 보고자 하는 것이 항상 내 포부…."]

지리산에서 시작된 이병주의 문학 세계는 지금도 지리산 자락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진정은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자막제작:박재희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진정은 기자 (chri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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