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2개 절단 보상금 '無'...부상군인 지원 절실

이설영 2023. 3. 2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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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 개소 1주년
발전방향 등 앞으로 나아갈 길 모색

[파이낸셜뉴스] "나라를 지키다 생긴 부상이 억울함이나 부끄러운 상처로 남지 않고, 훈장으로 떳떳하게 여겨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시가 군 복무 중 부상을 입고 제대한 청년부상제대군인의 건강한 삶과 공정한 사회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를 개소한 지 1년이 됐다. 상담센터 개소 1년을 맞아 실제 군생활 중 부상을 입고 제대한 군인과 외상치료분야 전문가 등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청년부상제대군인을 위해 필요한 지원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발가락 2개 절단됐는데 보상금 '無'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청년부상 제대군인 상담센터 개소 1주년 기념 성과 공유회에서 참석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서울시는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 개소 1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논의하고 청년 유공자를 격려하기 위한 성과공유회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청년부상제대군인, 외상치료분야 전문가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청년부상제대군인들이 겪는 어려움과 센터를 통해 이를 극복한 사례 등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유튜버이자 해군특수전전단(UDT) 출신 황지훈씨(에이전트H)도 참석, 청년부상제대군인 현장간담회에서 군복무 당시의 경험을 나눴다. 오 시장은 청년부상제대군인들과 대화하며 추가로 필요한 지원책에 대해 논의했다.

2019년 군대에서 중위로 복무하다 갈대 제거 작전 중 지뢰가 폭발해 왼발을 잃는 사고를 겪은 뒤 지난 해 제대한 이주은 대위는 군 복무 중 질병이나 부상을 당해 제대한 군인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현재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대위는 "군 복무 중 발가락 2개가 절단됐다 해도 국가유공자상이등급을 받지 못하며, 디스크가 파열됐다 해도 마찬가지"라며 "군에서 인정하는 충분한 장애를 얻었다고 인정되는 분들이 연간 1000명이며,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분들까지 하면 연간 수천명이 군 복무 중 부상을 입고 전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는 1964년 군 복무 중 발가락 2개가 절단되는 일을 겪었지만 6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이창수 어르신이 참석했다. 이창수 어르신은 "당시 병원으로 후송이 늦어지면서 결국 발가락 2개를 절단하며 군병원에 입원해 있었지만 국가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퇴원한 뒤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내가 이 상처가 너무나 억울해서 혼자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주은 센터장에 따르면 이창수 어르신은 국가보훈처를 통해 복무 중 부상을 당했다는 인정은 받았지만 법에 따라 상이등급의 최소등급도 받지 못했다. 현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발가락의 경우 3개가 절단돼야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가 공익법센터로 연계해 현재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지속적인 국가적 지원 절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23일 서울특별시청에서 개최한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센터 1주년 기념식에서 연평도 포격사건 전상자가 직접 연기하는 연극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서울시
군에서 부상을 입어 제대한 군인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데에 참석자들은 의견을 함께했다.

이호준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부상 당한 군인들이 환경이 잘 갖춰진 주거환경에서 공동체를 형성해 함께 특별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서로 위로할 수 있도록 하고, 치유받은 분들이 이곳에 채용돼 봉사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 이런 것들을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좀 많이 한다"고 말했다.

장예림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 교수도 "환자분들이 살아난 이후에 회복하고 사회로 복귀하는 데까지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회적인 지원책은 거의 전무하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 운영 등을 통해 이들에게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오새훈 시장은 "나라를 지키다가 예측하지 못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된 우리 아들 딸들에게 가급적이면 많은 도움을 주도록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생겼으면 한다"며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시는 앞으로 부상제대군인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추가적인 지원을 위해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는 청년부상제대군인을 위한 법률 상담, 심리재활지원, 창업·취업 연계, 유공자 신청 지원, 자조모임 운영 등 을 종합적으로 한다. 지난 1년간 267명에 대한 법률·보훈상담, 113명에 대한 심리·재활상담 147건을 진행했으며, 취업정보도 105건 제공했다. 지난 해 10월에는 '서울특별시 청년 장해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청년부상제대군인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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