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 줄어도… 휴양지서 원격근무하는 ‘워케이션’은 계속된다

성유진 기자 2023. 3. 2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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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기업도 직원도 호평하는 ‘워케이션’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강원도 강릉과 경기도 광주에서 최장 일주일간 머물며 일할 수 있는 ‘워케이션(휴양지 원격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가 비용을 대는 호텔·리조트에서 머물며 낮에는 업무 공간으로 출근해 일하고, 업무 시간이 끝나면 인근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휴가를 소진하는 개념이 아니라 출근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회사 관계자는 “평소와 다른 공간에서 일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충전도 하자는 취지”라며 “현재까지 7개 팀과 직원 10명이 이용했고 다음 달에도 이미 50건 이상 신청이 들어온 상태”라고 말했다.

일러스트=김영석

코로나가 종료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무실 복귀가 본격화되자 일부 기업들이 보상책의 일환으로 워케이션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지자체들도 재택근무가 종료돼도 워케이션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워케이션 지원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재택근무 끝나도 워케이션은 계속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휴양지에서 일하면서 휴식도 취하는 업무 방식이다. 코로나 기간 화상 회의 등 비대면 근무가 일상화되자 세계 각지로 워케이션을 떠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었다. 국내외 기업들도 직원 창의성을 높이고 복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워케이션 제도를 속속 도입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6월부터 선임급(주임~대리) 직원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제주도나 강릉에서 근무할 수 있는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 체류 숙박비와 교통비, 공유오피스 이용비를 회사가 내준다. 작년에만 130여 명이 이 제도를 이용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재택근무를 이미 종료한 상태지만, 워케이션 참여 인원은 오히려 올해 두 배가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창의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직원 복지도 챙긴다는 취지다.

다음 달부터 사무실 출근제로 전환하는 롯데멤버스 역시 제주도에서 진행하던 워케이션 제도는 그대로 운영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2년간 운영해본 결과 업무에 큰 문제가 없는 데다 프로그램 만족도와 추천 비율이 98%에 달할 정도로 직원 호응도 워낙 좋은 제도라 복지 차원에서 계속 유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워케이션이 업무 생산성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새로운 장소에서 일하면서 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데다, 사무 환경이 갖춰진 거점·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에 집중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부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제주도에서 워케이션용 거점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CJ ENM 관계자는 “참가자 피드백을 받아보니 평소 접점이 없었던 직원들과 네트워크가 생겨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반응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재작년 한국관광공사가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워케이션 제도가 업무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1.5%에 달했다. 직무 만족도 증대(85%), 직원 삶의 질 개선(92%), 복지 향상(98%)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모든 직원이 다 따로 떨어져 일하는 재택근무와 달리 워케이션 제도는 한시적 기간에 일부 직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하다.

해외에선 원격 근무가 허용된다는 전제하에 개별 직원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최근에는 기업 차원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장려하는 추세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작년 9월부터 1년 최대 90일까지 다른 나라에서 근무할 수 있게 했다. 이전에도 회사에 출근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번 새 지침으로 공식적으로 워케이션을 떠날 수 있게 된 셈이다. 일본 야후 재팬도 지난해 “일본 안이라면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고 회사에 들어와야 할 때는 항공비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직원들이 일정 시간 안에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 내에 살도록 했는데, 지역 제한을 없애 워케이션이 가능하도록 바꾼 것이다.

◇ “사무실 공짜” 불붙는 지자체 경쟁

워케이션 시장을 겨냥한 지자체 간 ‘모시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부산역 근처에 워케이션 거점 센터를 열었다. 각자 업무가 가능한 책상과 화상회의가 가능한 공간, 편의 공간 등을 갖췄다. 사무실 이용료는 공짜다. 숙박비도 하루 5만원씩 지원한다. 현재 서울에 사무실을 둔 슬랙코리아 등이 이곳에서 워케이션 제도를 시작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직장인들에게 부산의 매력을 알려 기업 유치에도 긍졍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워케이션 제도 운영을 시작한 강원도는 올해 8개 시·군으로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공유오피스와 공유하우스, 여가‧오락‧문화 시설 등을 갖춘 ‘문무 워케이션 빌리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지난달 관광기업센터에 공유 사무실을 마련한 데 이어, 앞으로 공유 사무실 20개, 숙박 시설 50개 등을 추가로 확보해 기업 고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워케이션 성지’로 떠오른 제주도는 작년 “앞으로 5년간 워케이션 산업에 총 122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계적으로도 워케이션 수요를 겨냥해 ‘디지털 노마드(장소 상관없이 일하는 사람) 비자’를 내놓는 나라가 늘고 있다. 단기 체류용 일반 여행 비자와 달리 여권과 함께 원격 근무를 통한 꾸준한 수입을 증명하면 보통 1년간 장기 체류할 수 있고 일부 국가에선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현재 디지털 노마드 비자 발행국은 크로아티아·그리스·포르투갈·에콰도르 등 53국에 달한다. 자국민 일자리 피해 없이 관광 수요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일각에선 워케이션 시장이 당분간 더 커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코로나가 촉발한 원격 근무 바람이 끝나면서 개인 수요가 줄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 워케이션 제도를 실시하는 정도로는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근무제를 장려해온 IT·스타트업 업계가 긴축 모드로 들어선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워케이션 상품을 개발하는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올 들어 사무실 복귀 움직임이 커지다 보니 워케이션 상품에 대한 문의가 예전만큼 활발하진 않다”며 “기업 차원에서도 하던 곳은 계속하는 분위기지만 신규 문의는 확실히 코로나 때보다는 적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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