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깨부순 아시아의 '미'

신익규 기자 2023. 3. 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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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 남성의 역할은 대개 무술가 아니면 웃음거리였다.

인천대 영문과 교수인 저자는 주요 배역이 모두 아시아계인 이 영화가 그들을 이방인 아닌 미국인으로 호명했다고 말한다.

최근엔 말레이시아 출신 배우이자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연을 맡은 양자경이 아시아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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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찾은 아시아의 미 (황승현 지음 / 서해문집 / 272쪽 / 2만 1000원)
서양 중심의 미(美) 속에서 차별받은 아시아의 미
미국 사회의 편견을 없애기 위한 고군분투 여정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 남성의 역할은 대개 무술가 아니면 웃음거리였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은 그런 편견을 깼다. 인천대 영문과 교수인 저자는 주요 배역이 모두 아시아계인 이 영화가 그들을 이방인 아닌 미국인으로 호명했다고 말한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보편적인 '미'의 기준은 서구 또는 유럽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아시아계 사람이 미국으로 이주한 초기 역사를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구성된 편견과 차별의 정서가 주요 매체에 반영됐다. 매체들은 아시아계 사람과 문화를 미국적 미와 달리 배타적 형태로 묘사하기 일쑤였다. 결국 아시아의 미는 미국 사회의 미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추악하고 수용하기 힘든 대상으로 인식됐다.

여기서 미는 그저 예쁘다는 말이 아니라 아시아의 문화와 가치를 아우르는 이름에 가깝다. 편견으로 점철된 인식의 틀로 인해 아시아의 미는 백인 중심적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추'의 영역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시아계의 활약은 최근 들어 미국 각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각종 상을 휩쓸었다. 미국 빌보드차트엔 BTS와 블랙핑크의 이름이 수시로 거론된다. 특히 BTS의 리더 RM은 최근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 제국주의가 행한 식민지배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국내 미디어 매체가 서양 중심의 '미'를 꿰뚫고 한 발 더 나아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거다. 이는 한국 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엔 말레이시아 출신 배우이자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연을 맡은 양자경이 아시아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남우조연상은 베트남 출신이자 같은 영화에 출연한 키 호이 콴에게 돌아갔다. 낯선 타자(추한 존재)였던 아시아계가 진짜 미국인(미적 존재)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책에선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아시아의 미가 차별을 넘어 미국 문화에 녹아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정을 돌이켜 본다. 미국 건국 초기부터 트럼프 정권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에 내재된 서구 중심의 미의 기준과 인종차별적 태도 및 편견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사건만 나열한 단순한 역사서는 아니다. 미국 백인들에게 동북아인 이민자가 어떻게 비쳤는지, 그렇게 비친 사정과 배경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또 차별 완화 과정인 미국 정부의 이민 정책 변화도 함께 다룬다. 대학 영문과 교수이자 극단 예술감독인 저자는 미국 소설, 영화, 연극, 드라마 등 대중문화 속에 그려진 동북아인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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