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수호의 날'… 그날의 기록, 그리고 그 이후
2016년 법정기념일 지정 후 정쟁 도구로 변질…시민 무관심 이어져
북한의 3대 서해 도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서해수호의 날'은 먼 옛날이 아닌, 우리와 함께 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하는 용사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된 각 교전(交戰)들의 기록과 의미 등을 되새겨 본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과의 교전에서 전사(戰死)한 55명의 호국영웅들을 추모하기 위한 날이다.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 기념식이 개최되며, 올해는 24일 오늘이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북한 선제 포격 도발로 일어난 교전이다. 당일 오전 9시 54분 북한 경비정들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하기 시작했으며, 오전 10시 22분 당시 근접차단을 실시하던 한국 해군의 고속정 참수리 357호를 향해 선제 기습포격을 가했다. 인근 해군 초계함과 고속정 등이 합류해 대응사격한 끝에 오전 10시 50분 북한군이 철수하고 NLL을 사수했으나 참수리 357호는 침몰,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했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백령도 서남방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의 기습 어뢰공격으로 침몰한 사건이다.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했으며, 구조 작업을 벌이던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폭파대(UDT) 소속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다. 당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고, 이후엔 각종 음모론과 뒤섞이며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졌다. 2010년 5월 원인 규명을 위해 5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로 인해 절단·침몰됐다고 발표했다.
연평도 포격전은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북한이 인천 연평도 해병대 기지와 민간 거주구역에 170여 발의 포탄을 무차별 가격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해병대는 즉각 대응사격에 나섰으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병사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민간인 2명도 사망했다. 정부는 2021년 3월 31일 해병대와 전사자 유족들의 의견을 수용, 11년 만에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연평도 포격전'으로 공식 명칭을 변경했다.
이들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2016년 1월 28일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법정기념일인 '서해수호의 날'을 지정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3대 교전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난 천안함 피격일을 기준으로 정했다.
서해수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지 8년 여가 지났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정치권을 비롯 각계에서 천안함 폭침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기념일(기념식) 자체가 정치권 정쟁(政爭)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2020년, 2021년에만 2번 참석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해외순방, 지역경제투어 등을 이유로 불참했으며, 2022년에도 행사 참여 없이 SNS 메시지로 대체했다. 2016년 첫 기념식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각각 참석했다.
이를 두고 최근까지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시 정부를 비난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 눈치보기 혹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행사 때마다 대북 관계와 안보 등과 연계되며 대통령 등의 참석 여부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도 여전하다. 이처럼 소모적인 논쟁 탓에 그날의 희생과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이같은 정치권 공방의 피해가 고스란히 유족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서해수호의 날을 '보훈'의 개념이 아닌, 정치적 연장선상으로 인식해 여타 보훈기념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한 시민은 "천안함 관련 논란이 워낙 이슈가 되다 보니 진보와 보수 간 이념적 다툼으로만 바라보게 된 것 같다"며 "정작 서해수호의 날에 대해선 정확한 의미나 정보를 인지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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