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 0.25%p 또 인상] 한숨 돌린 한은… 4월 금리 동결 가능성

문혜현 2023. 3. 2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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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금리차 1.5%p 역대급 불구
원·달러 환율엔 큰 영향 없어
경기·금융 불안도 동결에 무게
미국 연준의 '베이비 스텝'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22여년 만에 최대인 1.50%포인트로 벌어졌다.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한국(연 3.50%)과 금리 격차가 최고 1.50%포인트로 벌어졌다. 22여년만에 최대 역전 폭이다. 연준은 최근의 금융 불안에도 불구, 인플레이션 억제를 정책 우선에 두고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연준이 이날 금리 인상 경로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암시하면서 한국은행(한은)의 추가 통화 긴축 부담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담 덜어낸 한은= 한국은행은 내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연준이 당초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 전망과 달리 2월에 이어 이달에도 '베이비 스텝'만 밟고 '더 높고 빠른' 인상도 예고하지 않음으로써 한은으로선 미국 긴축 속도와 관련된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따라서 4월에도 2월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한 번 더 동결하고 물가나 경기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출 감소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45억2천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경기하강 신호가 뚜렷한 반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4%대(4.8%)로 떨어져 한은의 연속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구나 한은 역시 연준과 마찬가지로 1년 반 넘게 이어온 금리 인상 행진의 부작용에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 아직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나 건전성, 복원력 지표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지만,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서부터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 은행 등 전체 금융기관을 흔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23일 원·달러 환율이 30원 가까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한 점도 한은에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통상 미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을수록 달러화가 유출돼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하기 마련인데 이날은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불안지수 5개월째 '위기' = 게다가 우리나라의 금융불안지수(FSI)는 주요국의 통화 긴축, 무역수지 적자, 부동산 부진, 신용위험 등으로 5개월째 '위기'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취약 금융기관의 부실이 드러날 잠재적 위험도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1월과 2월 각 22.7, 21.8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23.5) '위기' 단계(22 이상)에 들어선 뒤 5개월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작년 말 레고사태 이후) 시장 안정화 조치 등에 힘입어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나,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금융불안지수가 위기 단계를 유지했다"며 "특히 경제 주체의 신용위험과 무역수지 적자 등 대외 부문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의 경우 지난해 3분기 46.6에서 4분기 44.6으로 낮아졌다.

경제주체들의 위험 선호 경향이 줄면서 금융불균형이 다소 개선됐기 때문이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41.1)을 웃도는 상태다.

한은은 "변동금리 중심의 부채 구조로 금리 상승 등 대내외 충격이 가계·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 우발적 신용사건에서 보듯 일부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위험과 유동성 악화가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졌다"며 국내 금융의 취약성도 지적했다.또 "이런 취약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SVB 파산 등 대외 요인이 국내 경기 둔화와 부동산 부진 등 대내 요인과 맞물릴 경우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대출 부실위험 증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대외 부문 불안이 심해지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유동화를 매개로 부동산 PF사업과 자본시장 간 연계성이 커진 만큼 부동산 경기 위축이 금융기관 건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특히 한은은 SVB사태의 영향에 대해 "국내 금융기관은 SVB 등과 자산·부채 구조가 다르고 각종 금융규제도 유동성·상황도 비교적 좋아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로 글로벌 금융 여건이 급변하면 금융시장 가격변수 변동성 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부각,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등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SVB 사태 등으로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실제로 SVB 등 미국 중소형은행 파산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은행 관련 우려로 기관들의 현금 확보 수요가 늘어 최근 달러화 조달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가 국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요국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많고 대내외 충격이 취약한 부분에 대한 조기 경보 활동과 금융기관 건전성 점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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