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日기업 동의없는 3자변제 문제… 국가가 너무 개입해버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2023. 3. 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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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공식화 안했지만 과거 3번이나 '개인 청구권 남았다'는 점 인정
이번 방문때 독도문제 꺼냈다면 대화가 아니라 기시다 일방적 얘기일 것
민간교류 걱정안해… 관광객 감소는 관계악화때문 아닌 관광자원 부족탓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독도종합연구소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독도종합연구소장

한일정상회담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작년 워싱턴에 이은 외교참사, 굴욕이라는 단어를 동원해 깎아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파국으로 치닫는 한일관계를 정상화시킨 인고의 결단이라고 반박한다. 한일관계는 여전히 끓는 활화산이고 정권으로선 잘해도, 못해도 본전일 뿐이다. 일본계 한국인으로서 한일관계사와 독도문제, 일본 우익 연구에 천착해온 호사카 유지 교수를 만나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전후 극우세력이 지배해온 일본 정치계에 매우 비판적인 그답게 이번 정상회담은 일본의 집요한 대한(對韓) 선전이 통한 개가라 했다. 일본은 일제 책임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어느 선 이상은 결코 인정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이것을 열 번, 천 번 반복해 주장하고 언론과 로비를 통해 국내외에 주입한다"며 "그런데, 그게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제 지난 일이지만, 배상을 위한 현금화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고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은 외교안보, 반도체 기술적으로 한국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학자적 입장이고, 외교를 책임지는 정부로서는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호사카 교수의 독도종합연구소에서 가졌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야당은 외교참사라고 하는데요.

"가장 현안이었던 징용공 문제를 한국정부가 제3자변제 방식으로 풀겠다고 하면서 성사된 회담이지 않습니까. 제가 가장 주의있게 보는 부분은 법적인 부분입니다. 저는 이번 제3자 변제안이 적합했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왜냐하면 제3자변제 방식은 가해자도 동의해야 합니다. 가해 일본 기업의 동의가 없거든요. 법률을 조금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민법 모두 제3자변제는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일본 피고기업이 명시적 동의를 안 했어도 일본 정부는 한국정부의 해결안을 환영하지 않았습니까.

"일본은 그냥 '평가한다'는 말로 애매하게 말했습니다. 특히 법적으로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 쪽에서 동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공식적으로 국가 대 국가도 합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구상권 문제입니다. 나중에라도 구상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본에서 요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구상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분명히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하여 동의가 없는데 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효력이 없는 거죠. 저는 윤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것은 대통령이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이 문제는 민사사건입니다. 거기에 국가가 너무 개입해 버린 상황입니다. 국가의 최고책임자라고 해도 피해자 권리를 대신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지원재단(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신 배상할 예정인데, 피해자가 동의해야 지급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고소인 15인 중 13인은 수용을 했는데요.

"그러나 단 한 사람이라도 수용을 안 하면 그것이 문제인 겁니다. 또 공탁소라는 제도가 있어서 피해자가 오케이 하지 않아도 공탁소에 맡기면 되는데, 그러나 이것도 피해자가 공탁무효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징용공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윤 대통령과 정부로서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로 결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이야기는 맞는데, 재판 문제이기 때문에 제3자가 엄청나게 강하게 개입해서 법적 권리를 사실상 박탈하는 거거든요. 윤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강조하셨는데 앞뒤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법치라는 공통의 보편 가치를 가진 국가끼리 연대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일본도 법치를 존중해야 하지 않습니까. 또 보편적 가치를 자유 그리고 인권, 복지라고 하셨어요. 그러나 자유는 맞다 하더라도 인권은 이번에 사실상 무시된 측면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라고 해도 인권을 짓밟아도 되는지 이 문제가 남았고요. 법치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사실상 무시하며 만든 제3자변제이기에 엄밀히 보면 법치에도 위배됩니다."

-국제관계는 냉혹한 현실 아닙니까. 만약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본 피고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해 현금화가 집행된다면 한일관계는 더 파국으로 가지 않을까요.

"일본 쪽의 주장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리고 1965년 한일기본조약의 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의 청구권도 다 소멸됐다는 일본의 주장도 잘못입니다. 그것만 선전되어 있는 것 뿐이지 정확하게 1991년에 일본 정부는 의회 답변에서 개인청구권은 남아있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 사실은 한국에 잘 안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공식화 한 건 아니지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국가의 외교보호권만 사라졌다는 겁니다. 일본은 1991년 의회에서 3번이나 개인의 청구권은 남아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한일청구권 협정에 대해 그렇게 정의를 내렸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내, 대외 입장이 다른 겁니까.

"일본은 그런 이야기를 대외적으로 절대 하지 않죠. 한국 언론도 65년에 모두 끝났다는 일본의 주장만 되풀이 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이 계속 같은 말을 하니까요. 한국은 같은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세뇌하는 능력에 있어서 일본이 월등하게 우수합니다. 같은 말을 열 번, 천 번 말하는 게 일본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머리에 들어가 있습니다. 아소 다로라든가 그런 정치인들은 '독일 나치 수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말하고 있습니다. 총리도 지냈고 자민당 부총재도 지낸 사람으로 자민당에서 가장 권력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일본 국회에서 징용공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남아있다는 발언이 있었다면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수 있지 않습니까.

"1991년 일본에서 그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가서 재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개인 청구권이 있지만, 재판을 통해 한국 사람이 승소할 권리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런 논리가 없었습니다. 대신 최고재판소는 화해조정이라는 절차를 권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정치적인 여러 가지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겁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일본은 국가가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일본에서는 일부 화해와 조정에 의한 해결이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그럼 징용공 문제를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풀었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국가의 개입이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처음부터 국가가 개입하지 말았어야 되는 겁니다. 국가는 곁에서 도와야 해요. 조정 합의로 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합니다. 일본의 그러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방치해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래서 이제 우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런 입장이거든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몇 번이나 (논의하러) 일본에 갔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사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실제로 이 문제를 방치했는지 혹은 얼마나 협상을 했는지에 대해서요."

-윤 대통령은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를 보자고 합니다. 한일 양국이 협력하면 서로 득이 될 게 많지 않습니까. 가령 며칠 전에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여기에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도 밝혔는데요.

"지금 미국하고 일본은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군사 안보적으로 그리고 반도체 기술도, 한국의 모든 것이 필요해요. 한국이 너무 성급하게 굽히고 들어갈 필요가 없었어요. 그렇다면 왜 했냐? 어떤 분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이 보복하지 않겠냐.' 일본이 보복한다는 이야기는 2019년에 많이 했습니다. 수출규제도 했고요. 사실 화이트 리스트 배제 효력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뿐이고 좀 불편하고 그런 것뿐이에요. 한국에서 일본에 수출을 하는 비중은 팬데믹 이전에는 4.7% 4.9%인가 그랬어요. 지금은 4.76%예요.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말하는 수출 효과는 0.2%포인트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이 수치가 의미가 있습니까?"

-우리의 반도체산업은 일본과 공급망으로 얽혀 있잖아요. 일본 소부장 공급이 원활하면 그만큼 이익인 것도 고려해야겠죠.

"예, 맞습니다. 지금 일본이 굉장히 기뻐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는 겁니다. 우리 한국 입장에서 우리는 일본이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로서 신흥국 다음 2위거든요. 11% 정도 되는데, 이것이 22%, 33%가 될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일본에 수출하는 비중은 약 5% 정도죠. 계속 무역역조가 일어나는 겁니다. 일본은 지금 속으로 엄청나게 좋아하고 있을 겁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한테 독도 얘기를 꺼냈고 위안부 합의 이행도 요구했다고 하는데요.

"일단 NHK가 보도했기 때문에 사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는 뭔가를 서로 논의했다기보다 일본 쪽에서 일방적으로 얘기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사실 확인을 안 해 주고 있잖아요. 그리고 특히 독도 문제는 몰라도 위안부 문제는 확실하게 이야기했을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이면 합의와 관련되는 겁니다. 서울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 이전 문제입니다. 일본에서는 소녀상을 이전해달라고 계속 요구해왔습니다. 당시 합의 때 박근혜 대통령이 이면에 합의를 해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탄핵당했기 때문에 실행이 안 됐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이행을 안 했던 것입니다. 일본의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것은 소녀상이거든요. 그것을 정확하게 이야기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일본의 외무상이 현 기시다 총리였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더욱 얘기를 꺼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 발표 당사자이기도 했어요. 당시 한국 윤병세 외교장관하고 합의안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일본은 독일에 있는 소녀상 철거도 지속적으로 당사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독도 연구에 관한한 최고의 학자이신데, 독도 문제를 안 여쭤볼 수 없습니다.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독도 문제를 언급했다는 데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코멘트를 일체 않고 있습니다.

"일본이 독도는 자기들 영토라고 주장할 때마다 우리도 나서서 방어해야 합니다. 국제법적으로 그렇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인정하는 효과가 납니다. 그런 말을 하는 상대가 국가 또는 그에 준하는 주체일 경우는 정확하게 거기에 대해서 반박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외교적으로 한일관계는 정상화로 갑니다. 협력과 교류가 다른 분야로 확대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간 교류와 문화 교류는 전혀 걱정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팬데믹 때문에 상호 방문이 줄었는데, 사실 노재팬이라든가 그런 것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니까요. 또 어떻게 보면 일본 엔이 너무 싸서 일본에 가면 싸고 좋은 게 많으니까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관광자원을 좀 개발해야 합니다. 일본인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명동에 가보니 팬데믹 이전에 좋았던 것이 다 사라졌다.' 일본인들이 한국을 전보다 많이 찾지 않는 것은 한일관계가 나빠져서라기 보다는 관광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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