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표결권 침해했지만 법안 유효"… 5대4 갈린 헌재

한기호 2023. 3. 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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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인용 4명·모두 기각 4명
캐스팅보트 이미선, 기각 편에
與 "직무유기한 정치재판소"
野 "시행령 개정 사과를" 압박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단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권한쟁의 심판 최종결론

헌법재판소는 23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관련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국민의힘의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다"면서도 법안의 효력은 유지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관의 의견이 '5대 4'로 건건이 갈렸다. 4명은 모두 인용, 4명은 모두 기각 의견을 낸 것이다. 국민의힘은 "헌재의 직무유기, 정치재판소"라고 강력 반발했다.

헌재는 이날 각각 지난해 4월30일·5월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입법 당시 법사위원이던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원장(당시 박광온 민주당 의원)의 2개 법안 가결·선포행위에 대해 낸 권한침해확인 청구는 5대 4 의견으로 인용됐다.

보수·중도계열의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진보계열 중 유일하게 이미선 재판관이 인용해 다수의견이 됐다.

이들은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개 법안 법사위 의결 과정에서 원내 제1당과 2당·비교섭단체 '3대3 동수'로 꾸려 최장 90일 숙의하도록 한 안건조정위 운영에 하자가 있었다는 의미다. 1당(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 탈당에 맞춰 비교섭단체 몫 조정위원으로 불공정 배정했고, 불과 14분·17분만에 의결을 끝낸 조정위·전체회의(지난해 4월26~27일) 과정이 꼼수로 판명된 셈이다.

관련 청구 '전부 인용' 의견을 낸 4인은 국회법 제57조의2 4항·6항과 58조 위반을 지적하며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와 실질적 토론을 전제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원칙을 규정한 헌법 49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캐스팅 보트를 쥔 이미선 재판관은 국회법 57·58조 관련 조항 위반을 한층 세부적으로 짚으면서도, 헌법 위반 의견을 적시하진 않았다.

국민의힘은 통상 약 한달로 설정해온 임시국회 회기를 민주당 독단으로 '하루'씩 쪼개 자당의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제한·종결시키고, 국회의장의 법안 가결·선포에 이른 절차도 권한침해라고 주장했지만 이미선 재판관은 국회의장에 의한 권한침해와 의결된 법안 효력 '무효확인청구'에 기각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권한침해·무효확인청구를 '전부 기각'한 유남석 헌재소장 및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과 함께 다수의견이 됐다. 유 헌재소장 등은 권한침해 일체를 불인정하며 무효확인청구에 "이유 없다"고 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의 권한침해는 인정돼도 국회 기능이 형해화할 정도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인이 검수완박법에 대해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도 헌재는 5(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대 4(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로 '각하'했다.

한 장관 등은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한 헌법 조항들을 근거삼았지만, 헌재 다수의견은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까지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무부·검찰에 권한침해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했다.

법무부 측 대리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형식적인 사유로 각하 결정을 내린 것에 다소 아쉽다"며, '전부 인용'한 재판관 4인에 대해선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도 국회 입법 과정에 위헌·위법성이 확인돼 의미있다면서도, "(개정 법령에 대한) 실질적 본안 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해 5대 4로 각하한 점은 아쉽다"고 입장을 냈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여야는 거듭 대치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재판관들이 형식적 판결을 내렸다며 "문재인 정권에서 헌재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자신의 진영으로 철옹성 쌓았던 폐단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헌재는 국회를 통과한 검찰개혁법이 유효하다 판단했다"며 한 장관이 '검수원복' 시행령 개정 등을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기호·권준영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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