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최종금리 연 5.1%"… 5월 추가인상 후 종료될 듯 [美 연준, 금리 0.25%p 또 인상]

이윤희 2023. 3. 23. 18: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 안정 대신 물가 억제 선택
16년 만에 연 5%대 금리 진입
파월 "연내 금리인하 없을 것"
점도표상 내년 말 금리 4.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금융 시스템 위기가 불거진 이후 열린 첫 금리 결정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은행 시스템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와 동시에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며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에 선을 그었다. 은행발 불안 심리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금융 안정보다 물가 안정이 우선= 연준은 SVB 파산 사태 이후에도 '인플레이션 잡기'라는 목표를 고수했다. FOMC를 앞두고 연준이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또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번 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했지만, 연준이 선택한 것은 9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의 상황 전개는 가계와 기업의 신용 여건을 빡빡하게 만들고 경제활동과 고용, 인플레이션을 압박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영향의 정도는 불명확하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OMC 위원들도 금리 동결 방안을 고려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대를 훌쩍 뛰어넘는 경제 데이터를 고려한다면 금리 동결은 적절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구체적으로 보건과 서비스 업계를 지목하면서 과열된 수요가 식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상품과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은 여전하다는 이야기였다.

금리 인상이 금융 시스템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이같은 상황이 다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파월 의장은 "현재 은행 업계의 상황이 경제 둔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그는 특히 "은행들의 유동성 흐름이 안정화됐다"면서 금리 인상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SVB 파산 이후 미국 은행 업계의 불안 요인은 상당 부분 사그라졌다는 것이다.그러면서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회복력이 빠르다. 연준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건전성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SVB는 아주 독특한 경우였다"면서 미국 은행 전반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은행 불안, 한차례 이상 금리 인상 효과"= 연준은 최근의 금융 불안에 대해 한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과 맞먹는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은행 파산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은행권 사정이 얼마나 경제를 둔화시킬지 파악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한 차례, 혹은 그 이상의 금리 인상에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기업의 대출 비용을 늘리고 경기를 둔화시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하는데,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에 따른 금융권 불안이 은행권의 대출 감소를 통해 금리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금리가 금융 환경을 빡빡하게 만들고 은행권 위기를 초래했다. 이제 은행권 위기가 금융 환경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연 5.1%= 금융 불안 상황은 연준의 향후 금리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상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연 5.1%였다. 이는 직전인 지난해 12월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며, 당초 시장 전망보다는 낮은 것이다. 미 기준금리가 4.75∼5.00%인 점을 감안하면 5월이나 6월 예정된 FOMC 회의에서 한 차례 정도 더 '베이비 스텝'을 단행하면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애널리스트는 "미 금융 불안이 추가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5월 '베이비 스텝'이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점도표에서는 내년 말 기준 금리 전망치는 4.3%, 2025년말 전망치는 3.1%를 각각 기록했다. 점도표상의 개별 FOMC 위원의 전망을 보면 현 18명의 위원 중 10명이 올해말 금리를 5.00~5.25%로 봤다.

다만 파월 의장은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시장의 피봇(pivot·방향 전환) 기대를 일축했다. 다시 말해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올해는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것이란 뜻이다.연준은 이날 경제전망요약(SEP) 자료에서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이는 직전인 지난해 12월 전망(3.1%)보다 다소 올라간 것이다. 연준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0.4%로 직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도 작년 12월 4.6%에서 이번에는 4.5%로 하향됐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