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협치무드에 찬물… `강행처리 - 거부권` 악순환 예고

김미경 2023. 3.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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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나쁜 의도 가진 법안"
직회부에 3월 국회 좌초 불가피
2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본회의를 마친 뒤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끝내 양곡법 국회가결

더불어민주당이 23일 힘으로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윤석열 대통령의 첫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법안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숙고해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나 윤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양곡관리법의 부작용과 부당성을 언급해온 터라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K-칩스법'을 합의 처리하면서 잠시 화해무드를 맞았던 여야 관계도 차갑게 식어 얼마 남지 않은 3월 국회도 좌초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집권 5년동안 의무매입안을 처리 안했던 것은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정부(대통령)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도록 정권에 부담주자는 나쁜 의도를 가진 법안"이라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브리핑에서 "부작용이 너무나도 명백하다"며 "장관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이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어느 정도의 시장 기능에 의한 자율적 수급 조절이 이뤄지고 가격의 안정과 또 우리 농민들의 생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주기 위해서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무제한 수매라고 하는 양곡관리법은 결국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딱 잘라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 제53조에 규정된 권한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헌법은 대통령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된 이후 15일 내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는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받으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해당 법안을 가결할 수 있다. 모든 의원이 출석한다고 전제하면 200명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국민의힘 의석(115명)만으로 저지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법안을 수정해 재입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또 다른 안전장치를 추가로 만드는 입법을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예상대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취임 후 첫 사례가 된다. 역대 대통령 중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총 66건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건을 거부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 7건, 노무현 전 대통령 6건, 이명박 전 대통령 1건, 박근혜 전 대통령 2건 등이다. 이 전 대통령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택시법 개정안을, 박 전 대통령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상시 청문회 개최와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각각 거부한 바 있다. 대체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가 많았다.

다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치적 부담을 함께 떠안아야 하는 만큼 윤 대통령이 위헌 여부 등을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과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 등 여타 쟁점법안이 여전히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의 일괄 거부권 행사도 선택지로 거론된다.

민주당의 강행 처리로 3월 국회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본회의 부의안건'을 6개나 처리했다.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는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인 자격요건을 강화한 의료법 개정안,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안),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대안), 노인복지법 개정안,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다. 노란봉투법과 방송법도 본회의에 올리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당의 반대는 무시되고, 정치적 협의는 축소되는 악순환 탓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미경·임재섭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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