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학교수는 관광중국어과, 관현악 전공자는 치위생과…이색 전문대 신입생들

김경준 2023. 3. 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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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까지 한 사람이 이 나이에 전문대에 간다고 하니 가족과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중국어를 공부해 제주 관광에 이바지하겠다는 10년 전부터 품었던 포부를 얘기하니 다들 '열정이 대단하다'라며 응원해 주더군요."

김은주 제주한라대 관광중국어과 학과장은 "일반대 교수를 지낸 분이 새로운 전공을 선택해 전문대에 입학한 경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관광중국어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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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국립대서 10년간 겸임교수 지낸 김성우씨
제주 관광사업 '인생 이모작' 결심에 전문대로
일반대 중퇴·졸업 후 전문대 재입학도 늘어
대학교수를 지낸 제주한라대 23학번 신입생 김성우씨는 "청년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공감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문대교협 제공

"대학교수까지 한 사람이 이 나이에 전문대에 간다고 하니 가족과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중국어를 공부해 제주 관광에 이바지하겠다는 10년 전부터 품었던 포부를 얘기하니 다들 '열정이 대단하다'라며 응원해 주더군요."

올해 제주한라대 관광중국어과 새내기가 된 김성우(68)씨는 부산 소재 국립대 강단에 서던 교수였다. 겸임교수로서 동북아 경제와 일본 정치를 10년 넘게 가르쳤다. 55세에 교수를 그만두고 고향인 제주로 터전을 옮겼다. 제주에서 딸이 운영하는 여행사 일을 도우며 취미인 여행을 즐겼다.

하지만 중국 여행을 다닐 때도,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부족한 중국어 실력 탓에 늘 아쉬움을 느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교육과정이 실용적이면서 짜임새 있는 전문대였다. 김씨는 "학원은 관광에 특화된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했고 일반대에 진학하기에는 4년이라는 시간이 버겁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 이모작'에는 가족이 큰 힘이 됐다. 김씨는 "아내가 초등학교 교장 출신인데, 처음에는 전문대 진학을 의아해하더니 등교 3주가 지난 지금은 등굣길을 배웅하며 응원한다"고 했다.

앞으로 중국어를 공부해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제주도만의 여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김씨는 "지금 중국인 관광객은 제주에 머물다 가는 게 아니라 스쳐 지나갈 뿐"이라며 "보는 관광에서 즐기는 관광으로 제주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주 제주한라대 관광중국어과 학과장은 "일반대 교수를 지낸 분이 새로운 전공을 선택해 전문대에 입학한 경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관광중국어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23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김씨처럼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전문대 신입생들을 소개했다. 김씨 같은 만학도뿐 아니라 자신의 꿈을 좇거나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일반대에서 전문대로 '유턴 입학'한 신입생들도 적지 않다. 일반대를 중퇴하거나 졸업 후 전문대에 입학한 이들은 2020년 1,571명에서 지난해 1,770명으로 늘었다.

일반대 음대에서 관현악기를 전공하던 이하은씨는 친언니의 추천으로 올해 대구과학대 치위생과에 입학했다. 전문대교협 제공

4년제 대학 음대에서 관현악기를 전공하던 이하은(21)씨도 올해 대구과학대 치위생과에 입학했다. 졸업 이후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막막했던 차에 바이올린 전공으로 졸업한 뒤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 먼저 입학한 언니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이씨는 "음악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찾는 과정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진짜 나의 배움이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과감히 도전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한림성심대 간호학과 23학번 신입생 조혜은(26)씨도 유턴 입학생이다. 외고를 나온 조씨는 한국외대 러시아학과를 졸업해 외교·무역 분야로 진로를 정했었다. 하지만 어릴 적 꿈이었던 간호사에 도전하기 위해 다시 전문대 입학을 선택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어학 전공을 살려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를 돌보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해외 병원 간호사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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