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납중독 아냐” 한 줌 머리카락이 밝힌 진짜 사인은
‘악성(樂聖)’으로 불리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1827년 3월 세상을 떠난 날, 그의 곁에는 친구 요한 네포무크 후멜과 페르디난드 힐러가 있었다. 후멜의 제자로 당시 16세였던 힐러는 스승의 허락을 받고 조심스럽게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그로부터 167년이 지난 1994년, 유리용기에 담긴 15㎝ 길이 머리카락 다발이 소더비 경매에 부쳐졌다. 이른바 ‘힐러의 다발’로 불리는 베토벤의 머리카락이다. 이 머리카락에 대한 DNA 분석 결과는 1999년에 나왔다. 정상인의 100배에 이르는 납이 검출돼 납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다. 이는 베토벤 사망 원인을 밝혀낸 연구로 부각되며 널리 확산됐다. “평소 베토벤이 도나우강의 민물고기를 즐겨 먹었는데, 당시 도나우강은 공장에서 배출한 중금속에 오염된 상태였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납 중독을 베토벤 사인(死因)의 정설로 여겨온 이들이 놀랄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납 중독설의 근거였던 힐러의 다발이 베토벤의 머리카락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회인류학연구소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공동연구진은 “베토벤의 납중독 사망의 추정 근거가 됐던 머리카락 다발이 여성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밝혔다. 연구진은 베토벤의 머리카락으로 알려진 힐러 다발을 비롯해 스텀프, 케슬러 등 8종 시료의 DNA 분석을 통해 힐러 다발 등 3종은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이라고 결론내렸다. 연구진은 “힐러 다발이 여성의 머리카락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토대로 결론 내린 이전의 베토벤 사망 원인 분석은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베토벤의 실제 머리카락 다발에서 구한 DNA 분석을 통해 베토벤이 간 질환에 취약한 유전인자를 보유했고, B형 간염에 감염돼 간경화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베토벤의 DNA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나왔고, 간경변과 관련 있는 PNPLA3 변이 유전자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 몸 안에 철이 과도하게 흡수되는 혈색소증을 유발하는 HFE 변이 유전자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에 확인한 변이 유전자와 베토벤의 과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간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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