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살얼음판’ 걷는 미국 금융, 최악 사태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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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큰불을 끈 듯했던 미국 금융시장에서 불안의 불씨가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2일(현지시간) 물가와 금융 불안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소형 은행의 예금 전액보증을 시사하면서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뱅크런 사태가 실물경제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의 뱅크런에서도 보았듯이 금융위기는 심리불안과도 직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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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당금 적립, 모니터링 강화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팩웨스트뱅코프라는 은행은 올 들어 예금이 20% 빠져나가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상태라고 한다. 이날 이 은행 주가는 17.12%나 떨어졌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소형 은행의 예금 전액보증을 시사하면서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뱅크런 사태가 실물경제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 상업 부동산 대출의 절반은 은행에서 나왔는데 그 80%인 3000조원이 중소형 은행에 몰려 있다고 한다.
국내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115조원대의 비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1749조원대의 가계부채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방 중소건설사 중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16.7%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대외요인이 국내 경기둔화와 부동산 부진 등 대내요인과 맞물릴 경우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대출 부실위험 증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뱅크런에서도 보았듯이 금융위기는 심리불안과도 직결돼 있다. 은행 비대면 거래가 86%를 넘고 24시간 모바일뱅킹이 가능한 한국에서도 작은 나쁜 소식에도 순식간에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우선 외국의 동향에 상시 귀를 기울이면서 금융 취약부문에 대한 점검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현재 한은이 지적한 대로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확충 등 손실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책들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변동에 취약한 증권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제2·제3 금융권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금융감독기관의 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도 있다.
문제는 항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불안심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잘 살피면서 선제적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금융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있어야 한다.
'베이비 스텝'에 그쳤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우리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미 금리 차는 1.5%p로 22년 만에 최대 역전폭으로 벌어졌다. 국내 물가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한 금리를 동결하기가 어렵게 됐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가 많은 부동산과 가계부문이 흔들리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게 된다. 게다가 무역적자가 올 들어서만 241억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거시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제2의 금융위기가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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