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산업계 탄소감축 후퇴, ‘빈 살만 투자 유치’ 때문?

남종영 2023. 3. 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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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덜어준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뒤 투자 유치 실적으로 홍보한 '샤힌 프로젝트'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녹색전환연구소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플랜 1.5가 함께 연 '제1차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안) 분석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준 이유는 석유화학 업계의 영향이 크게 작동했다"며 "지난 3월 기공식을 한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처럼 석유화학 인프라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배출량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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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업계 온실가스 부담 경감…‘샤힌 프로젝트’와 연관성 주목돼
환경단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덜어준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뒤 투자 유치 실적으로 홍보한 ‘샤힌 프로젝트’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녹색전환연구소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플랜 1.5가 함께 연 ‘제1차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안) 분석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준 이유는 석유화학 업계의 영향이 크게 작동했다”며 “지난 3월 기공식을 한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처럼 석유화학 인프라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배출량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2018년 대비 2030년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량을 기존 14.5%에서 11.4%로 낮춘 바 있다. 이미 산업 부문 배출량은 국가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오염자 부담 원칙에 맞지 않고,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유진 부소장은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에쓰오일의 배출량이 연간 1000만~2000만톤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이 산업 부문 배출량 증가를 불러왔는지, 각 업종의 예상 배출량이 얼마인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온실가스 다배출 공장 증설

플라스틱의 원재료는 ‘나프타’라고 불리는 석유의 일종이다. 나프타를 고온에서 열분해해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 플라스틱의 기초 유분을 만드는데, 이 장치를 ‘스팀 크래커’라고 부른다.

샤힌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의 스팀 크래커와 관련 시설을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 석유화학 공장에 증설하는 공사다. 고온에서 석유를 열분해하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많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울산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다. 에쓰오일은 9조2580억원을 들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스팀 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를 비롯한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2021년 에쓰오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977만톤으로 국내 기업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하지만 스팀 크래커 등 관련 시설이 증설되면, 탄소감축 방침을 밝혀온 삼성전자(2021년 1449만톤)의 배출량을 2020년대 말 추월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쓰오일의 대주주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이다. 아람코의 소유자인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스팀 크래커 등 건설을 위해 국내 건설사들과 7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빈 살만을 환대하면서 투자 유치 실적을 홍보했으며, 지난 9일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정부, 산업계 부담 덜어준 이유 명확한 설명 없어”

정부는 산업 부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준 과정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산업 부문 내 각 업종의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 등 관련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샤힌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새로 증설된 스팀 크래커 등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의 스팀 크래커는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시설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는 최소 300만톤에서 최대 2000만톤까지 다양한 수치가 제시되고 있다.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는 “최소 수치로만 봤을 때도 500MW 화력발전소 1기를 새로 짓는 것과 같다”며 “국가 기후정책에 영향이 큰 만큼 배출량 산정 근거와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산자위)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란이 벌어졌다.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샤힌 프로젝트가 탄소중립녹색성장계획에 반영됐는지 묻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확한 톤수는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샤힌 프로젝트의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에) 포함된 건 맞는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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