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칼럼] 대통령이 정면돌파 해야 한다
"한일 양자관계에서 보기 드물게 양국여론이 일치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하지만 양국 여론은 엇갈린다. 일본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요미우리신문은 긍정 69% 부정 24%였고, 아사히신문은 긍정 63% 부정 21%였다. 기시다 지지율도 상승세라고 한다. 두 신문조사에서 기시다 지지율은 각각 1%와 5% 포인트 상승했다.
한국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이번 회담에 부정적이다. 한 뉴스 사이트 조사에서는 60대 연령층에서만 "회담에 성과가 있다"는 응답이 60%, "없었다"는 응답이 38%였다. 이념적 중도층에서는 63%가 부정적이다.
외교 이벤트 후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현상은 이번에도 확인된다. 한일정상회담 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동반 하락한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대통령 국정수행의 긍정평가가 39% 부정평가가 60%였는데,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1%포인트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5%포인트 올랐다. 같은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60%를 넘은 건 5주 만에 처음이다. 갤럽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내려가는 모습이다.
모든 정례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은 30% 후반에서 40% 초반에 머물면서 1~2%포인트 정도 오르고 내렸지만 한일정상회담 후의 지지율 하락폭은 4~6%포인트로 상대적으로 크게 보인다.
주목 되는 것은 대통령 부정평가의 이유다. '일본 관계 및 강제동원 배상문제'와 '외교'가 부정평가의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여당 국민의힘 지지율도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하락세다. 갤럽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4.5% 포인트 떨어진 37%였다. 야당 민주당 지지율(46%)에 오차범위 밖에서 밀린다.
특히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이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과 함께 이뤄진다는 것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념적 보수층과 영남, 고연령층의 지지이탈이다. 2030세대는 이미 이준석 사태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떨어져 나갔다 . 갤럽조사에서는 18~29세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직전조사에 비해 11% 포인트 낮아진 13%였다. 69시간 논란이 결정적이다. 전체적으로도 찬성 36% 반대 56%인데 3040세대와 사무직의 반대의견이 60% 후반에 이른다.
결국 한일정상회담과 69시간 논란 그리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 마감이라는 '트리플 악재'의 결과다. 다음 주 여론의 흐름을 봐야겠지만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하한선에 다가서는 양상이다. 첫번째 하한선은 35% 전후로 보이는데 35%는 '바이든 vs 날리면 논란' 때 "날리면"으로 들은 사람들이다. 마지막은 25% 전후로 2017 대선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이다.
취임 1년차의 대통령은 "역사의 평가"를 말하며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경쟁시킨다면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다"는 처칠의 말을 인용한다.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하지만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고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분명하다. 대통령은 "양국 정부 간 대화가 단절되고 파국 일보 직전에서 방치되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미중 전략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그리고 북핵위협의 고도화라는 복합위기 속에서 한일협력은 더욱 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래서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자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감정을 자극해 국내정치에 활용"할 수 있지만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결정으로 보인다. 신냉전 시대의 국익을 위한 '외교안보 문제의 비정치적 접근'이라는 말이다.
"작년 취임 이후 한일관계의 정상화 방안을 고민했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야당이 "국제질서의 큰 변화를 읽지 못한다"는 지적과 대비된다. 대통령이 "일본은 여야 관계없이 나라를 위해서 다 한다더라"며 "부끄러웠다"고 말한 이유로 연결된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는 비장함과 진정성이 충분하다. 문제는 공감이다. 공유와 설득의 대상은 국민과 야당이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대답해야 한다. 독선과 독주가 아니라 정치적 공감대의 확산,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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