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축소법 권한쟁의심판 청구 각하…‘혹 떼려다 혹 붙인’ 한동훈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맞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주도한 것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3일 한 장관의 청구를 각하하면서 수사권은 검찰에만 부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장관이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셈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한 장관은 여러 권력형 부패범죄를 수사한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재직 당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로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를, ‘사법농단’ 수사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한 장관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중시하는 데는 이런 경험적 요인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지난해 4~5월 민주당 주도로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에 한 장관과 검사 6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 장관은 지난해 9월27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국회 상대 권한쟁의심판 공개 변론에 직접 출석해 검찰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검수완박 입법은 일부 정치인이 범죄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로 검찰 본질의 기능을 훼손한 것”이라며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입법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것이 허용되면 앞으로 이런 방식의 비정상적 입법이 다수당의 ‘만능 치트키’처럼 쓰일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9월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개정도 주도했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종전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했다. 법무부는 개정 법 조문이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여서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범죄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패·경제범죄의 범위를 대폭 늘렸다.
검찰 수사권을 복구하는 시행령 개정을 두고 모법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모법을 형해화하는 ‘시행령 통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당시 입장을 내고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범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며 “서민 괴롭히는 깡패 수사, 마약 밀매 수사, 보이스피싱 수사, 공직을 이용한 갑질 수사, 무고 수사를 도대체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헌재가 이날 한 장관과 검사들이 수사권이 침해됐다며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하면서 오히려 법무부와 검찰 입장이 난처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헌법상 권한이 아닌 입법 사항이며 검찰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한 게 아니라며 청구를 각하했다.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리여서 함부로 축소해선 안 된다는 법무부와 검찰의 주장이 깨진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입장에서 추가적으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할 헌법적 근거를 갖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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