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 수익의 그늘···'이자 장사' 탈피 美 은행들은 '수수료 장사'

김우보 기자 2023. 3. 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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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장사'에서 탈피한 수익 모델로 조명받는 미국 은행들의 사업 포토폴리오가 주로 파생상품 거래나 계좌 수수료 수익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 당국이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 수익을 비판하며 비이자 수익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자칫 금융 안정성을 해치고 이용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제는 미국 은행들이 비이자 수익을 낸 항목들이 '수수료 장사'에 기대거나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것이어서 국내에 바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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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美FDIC·금감원 공시 분석
JP모건 등 4대銀 비이자 수익
총수익의 30%, 국내銀의 3배
계좌수수료 수익만 15조 넘어
파생상품 거래 수익도 9.6%
소비자 부담 가중·안정성 저해
비이자수익 확대 부작용 우려
2415A10 한국과 미국 은행 수익구조 수정2
[서울경제]

‘이자 장사’에서 탈피한 수익 모델로 조명받는 미국 은행들의 사업 포토폴리오가 주로 파생상품 거래나 계좌 수수료 수익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 당국이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 수익을 비판하며 비이자 수익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자칫 금융 안정성을 해치고 이용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은행·웰스파고 등 미국 4대 은행의 지난해 총수익(367조 8010억 원) 대비 비이자 수익(113조 1470억 원) 비중은 30.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국내 3개 은행이 46조 5070억 원의 총수익 중 4조 2190억 원의 비이자 수익을 올려 비중이 9.1%에 불과한 것에 비해 3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문제는 미국 은행들이 비이자 수익을 낸 항목들이 ‘수수료 장사’에 기대거나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것이어서 국내에 바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은행들이 예금계좌 수수료 명목으로 얻은 수익은 15조 3450억 원으로 총수익의 4.2%에 달했다. 미국은 계좌를 유지하는 데만 월평균 13달러의 수수료를 떼어가는 데다 ‘최소 잔액’을 설정하고 예금액이 이를 밑돌면 월 25달러 안팎의 비용을 청구한다. 국내 은행들이 소비자 반발에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수수료를 아예 부과하지 못해 관련 수익이 ‘0’인 것과 판이하다.

만약 국내 은행이 미국 수준으로 예금계좌 수수료를 매긴다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1조 9530억 원을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사회공헌에 소홀하다고들 하는데 미국과 달리 각종 수수료를 거의 무료로 제공하는 점은 조명되지 않고 있다”면서 “은행의 투자은행 관련 서비스나 증권중개업도 제한적으로 허용돼 수수료 자체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은행 간 비이자 수익 비중의 차이가 벌어진 또 다른 이유는 트레이딩 수익이다. 미국 은행이 이자율 스와프나 외환 선물 선도시장 등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내는 수익의 비중은 전체 수익의 9.6%에 달한다. 국내 은행(0.9%)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규모다. 은행 건전성을 중시하는 국내 은행과 달리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은행 성격의 업무를 늘려 수익을 낸 것이다.

미국은 금고 대여와 유가증권 보관, 현금자동인출기(ATM) 이용 명목으로 한 수수료 비중도 11.5%로 조사됐다. 국내 은행이 받는 관련 수수료가 2%에 그치는 것과 대조된다. 투자은행 업무와 증권 중개에 붙는 수수료 비중도 미국은 1.5%, 한국은 0%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이 같은 실상을 고려할 때 이자 수익 의존도를 낮추라는 당국의 압박이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단기에 비이자 수익을 늘리려면 수수료를 더 붙이거나 위험 상품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는 당국의 정책 취지와 달리 되레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논리다.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는 가운데 파생상품 비중을 늘리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인사는 “미국 은행들처럼 전 세계 파생금융 상품과 채권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메이저 플레이어라면 모를까 시장 움직임을 쫓기 바쁜 우리 금융사가 고위험 상품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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