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1위 LNG선사 해외기업에 팔린다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오대석 기자(ods1@mk.co.kr) 2023. 3.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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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LNG해운 매각 급물살
새 주인 美·유럽계 5곳 압축
매각가 최대 7000억 달할듯

국내 1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전문 선사인 현대LNG해운의 새 주인 찾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과 유럽계 주요 선사들이 인수 후보로 좁혀지며 해외 매각이 유력한 상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IMM)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LNG해운의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진행한 예비입찰에 글로벌 선사와 관련 기업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매각 측은 미국·영국·그리스·덴마크 등 해외 기업 5곳을 인수적격후보로 압축한 상태다. 앞서 전 세계 전략적(SI)·재무적투자자(FI) 20여 곳이 비밀유지약정(NDA)을 체결하며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주요 후보들이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지역 LNG 수송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이번 인수전의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 가격은 6000억~7000억원 선이다.

IMM은 국내 유일의 LNG 수송 전문 선사인 현대LNG해운이 국가 전략 화물 수송 등에서 갖는 상징성을 감안해 국내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적당한 매수자를 찾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LNG해운의 전신은 HMM(옛 현대상선) 가스선 사업부다. IMM은 2014년 재정난을 겪던 현대상선이 LNG전용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자 이를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LNG해운은 한국가스공사의 가장 많은 도입 물량을 맡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LNG 수송 전문 선사다.

3년새 매출 2배 급증 … 해외선사 잇단 '눈독'

고객사 대부분 20년 장기계약

불경기에도 안정적 수익창출

지난해 매출 4000억으로 증가

작년 HMM과 계약 결렬 이후

글로벌 해운사로 매각 선회

미국과 영국, 덴마크, 그리스 등 해외 선사들이 현대LNG해운의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국내 유일의 LNG 수송전문 선사이자 전략 화물 수송에 기여하고 있는 국내 자산의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IMM도 국내 LNG 밸류체인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지난 수개월간 국내에서 매수자를 찾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매각 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통해 국내 주요 인수 후보들을 접촉해 이 중 일부 기업들과는 협상에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특히 HMM과는 지난해 말 계약 체결 직전까지 협상이 급물살을 탔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매각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HMM은 모 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수개월간 상세 실사를 진행하고 최종 가격 합의까지 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HMM의 현대LNG해운 인수 추진 중단이 올해 초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의 HMM 매각 추진 결정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HMM은 기존 컨테이너 선단이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LNG해운 인수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현대LNG해운을 산하 사업부로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적합한 원매자로 거론됐다. 특히 HMM은 과거 IMM에 가스선 사업부를 매각할 당시 맺은 경업금지(경쟁 업종 금지) 조항 때문에 2030년까지 LNG 수송업에 진출할 수 없다는 제약에 묶인 상태여서 현대LNG해운 인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HMM과의 매각 협상은 결렬됐고 투자자들과 약속한 펀드 만기가 이미 지난 IMM 입장에서는 마냥 현대LNG해운의 매각을 미룰 여유가 없었다. IMM은 결국 인수에 적극 관심을 보여온 해외 선사들을 대상으로 매각 프로세스를 밟게 됐다.

해외 인수 후보들이 현대LNG해운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 회사만이 가지는 여러 매력 때문이다. 우선 현대LNG해운의 최대 고객사인 한국가스공사는 단일 업체 기준 세계 최대 물량의 LNG를 도입하고 있어 해외 선사들이 고객으로 확보하고 싶어 하는 화주 중 한 곳이다. 또 현대LNG해운의 모든 선대는 최대 20년의 장기 수송 계약이 맺어져 있어 금리·환율·유가와 같은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작게 받고,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친환경 에너지로서 LNG가 부각되고 있으며 한국이 금융, 조선, 인재 확보 등 해운업 생태계가 잘 갖춰졌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파이프라인가스(PNG)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따라 전 세계적으로 LNG 수요, 특히 LNG 해상 운송 수요가 증가했고 동시에 LNG 수송전문 선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LNG해운은 한국가스공사에서 가장 많은 도입 물량을 맡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LNG 수송전문 선사다.

총 23척에 달하는 선대를 확보하고 있으며 LNG 전용선 16척, LPG 전용선 6척, LNG 벙커링 전용선 1척으로 이뤄져 있다. IMM이 처음 현대LNG해운을 인수할 당시에는 HMM 가스선 사업부의 LNG 전용선은 6척에 불과했고 한국가스공사가 유일한 화주였다. IMM이 인수 후 외부 전문인력 영입 등을 통해 해외 영업 확대에 힘을 쏟은 결과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나스, 스페인 최대 에너지 기업인 렙솔 등으로 고객군을 넓힐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국내 최대 LPG 수입 업체인 E1을 화주로 유치해 LPG까지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최근 실적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1874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981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도 같은기간 143억원에서 지난해 48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현대LNG해운 외에도 국내 주요 해운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이목이 집중된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SK해운의 주력 사업인 탱커선(유조선)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강두순 기자 / 조윤희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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