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과정 잘못·결과 정당…與 "이러면 누가 절차 지키나"

이미나 2023. 3. 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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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검수완박법, 국회 표결권 침해"
무효 청구는 기각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선애 재판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률 자체를 무효로 판단하진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과정은 잘못됐지만 결과는 정당하다는 헌재 결정, 이런 식이면 절차는 누가 왜 지키나"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검수완박법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는 기각됐으나, 절차적 위헌성, 특히 법사위에서의 심의·표결권 침해는 사실로 인정됐다"면서 "'문재인 정권 비리 방탄'이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법이 정한 최소한의 숙의와 검토 과정을 박탈한 채 군사작전 벌이듯 허겁지겁 통과시킨 민주당의 입법폭주 행태에 헌법재판소가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 권한이 침해됐다는 점을 인정한 이상 권한 침해 행위들이 집약된 결과인 가결 선포행위의 무효가 확인됐어야 마땅하다"면서 "헌재의 권위와 중립성에 먹칠하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심판은 남아있다"면서 "민의를 저버리고 의회주의, 법치주의를 제멋대로 어지럽힌 무도한 권력이 끝내 어떠한 마침표를 찍게 되는지는 국민께서 역사에 분명 남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거짓말했는데 허위사실 유포는 아니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다"며 "음주하고 운전했는데 음주운전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이런 해괴망측한 논리가 어디 있나"고 비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오늘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에서 소수당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지만 법안 통과 자체는 무효는 아니라는 일부 인용 결정을 했다"면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이 떠오르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헌재가 169석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에 국회법이 정한 법사위 심의표결권을 무시해도 된다는 '법사위 패싱권'을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헌재는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는 지적이다.

헌재는 다만 국민의힘이 이 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다수 의견은 "청구인들은 모두 본회의에 출석해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고, 실제 출석해 개정법률안 및 수정안에 대한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했다"며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 4명은 법사위원장·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쟁의를 모두 기각해야 한다고 봤지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4명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의 회의 진행으로 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권한 침해는 인정했지만 국회의장의 개정법률 가결 선포 행위는 문제없다고 봤다.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도 5대4로 기각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관으로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일부) 위헌·위법이지만 (법안이) 유효하다는 결론에 공감하긴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장관은 "(다수의견인) 다섯 분의 취지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회기 쪼개기, 위장 탈당 입법을 해도 괜찮은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라며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판단을 안 하고 각하하는 등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친 헌법적 질문에 대해 실질적 답을 듣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소수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에 대해서는 "위헌성을 인정해서 검수완박 필요를 전적으로 부정한 점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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