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순익 11배, 3천억 배당 달라" 아워홈 흔든 구본성의 '몽니'
경영권을 둘러싸고 '남매 갈등'을 벌여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아워홈에 3000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진전이 없고 경영권 다툼이 구지은 현 부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자 고액의 배당금을 챙기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지난 20일 열린 이사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주주제안을 한 '2966억원 배당 요구'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했다. 현행법상 아워홈 같은 비상장회사의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주주제안은 법령 또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의안으로 올려야 한다.
LG그룹 창업주 3남이자 아워홈 창립자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38.56%를 갖고 있다. 다음달 4일 열릴 주총에서 이 안건이 가결되면 구본성 전 부회장은 1144억원을 배당으로 챙기게 된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요구한 배당액은 지난해 아워홈 순이익(약 255억원)의 11.6배에 달한다. 2021년 기준 아워홈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2240억원보다도 많다. 현금성 자산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과 회사 운영을 위한 필수 비용을 책정해둔 금액으로 알려졌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요구한 배당 안건이 통과되면 전액 사채 발행이나 신주 발행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구지은 현 부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아워홈은 법인 자격으로 배당 총액 30억원 지급을 안건으로 올렸다.
두 제안 중 어떤 게 표 대결을 거쳐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에 맞서 함께 발을 맞춰온 막내 구지은 부회장(20.67%)과 차녀 구명진 씨(19.6%)는 도합 40%대 지분을 지녔다. 구본성 전 부회장 지분을 소폭 웃돌지만, 배당금 결의에 필요한 출석 주주의 과반 동의에는 못 미친다. 19.28%를 보유한 장녀 구미현 씨가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배당액 향방이 결정될 예정이다.
구미현 씨는 2017년 당시 구본성 부회장과 구지은 대표가 경영권을 다퉜을 때 구본성 부회장 편에 섰지만 2021년 분쟁 땐 세 자매가 힘을 합치는 등 일관되지 않은 행보를 보여왔다.
아워홈 내부에서는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타격을 극복하고 회사를 정상화하려는 와중에 구본성 전 부회장이 과도한 배당을 요구해 회사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회사는 보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고배당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10% 안팎에 머물던 아워홈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그의 취임 첫해인 2016년 11.5%로 높아졌고 이후 2017년 14%, 2018년 34%, 2019년 96%가 됐다. 2021년 아워홈은 순익 48억원을 냈지만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에도 1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주총에서 이 안건은 부결됐고 아워홈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무배당을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아워홈 보유 지분 매각이 여의치 않자 분풀이로 고액 배당을 요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법률 대리인을 통해 "아워홈의 정상 경영과 가족 화목이 먼저라 생각해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고자 한다"며 지분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 측 사이에 의견 차가 드러나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은 "지분 매각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범LG가'로 분류되는 아워홈의 남매 갈등은 2017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애초 경영 수업을 받던 구지은 부회장을 제치고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되자 구미현·명진·지은 씨는 이를 문제 삼아 직후 열린 정기 주총에서 그를 해임했다.
그해 대표이사에 오른 구지은 부회장은 1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우군만으로 꾸리며 경영권 안정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구본성 전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아워홈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 건은 경찰 수사를 거쳐 지난해 7월 기소 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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