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술 마셨지만 음주운전 안했단 소리"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3.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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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기현 대표 거센 반발
민주당 "예상했던 결과" 환영
"헌재, 무모한 정치소송 심판"

◆ 검수완박 선고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강행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만 인정했을 뿐 법 효력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해 여당이 강력 반발했다. 이와 반대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재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대치하던 지난해 국민의힘이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하자, 민주당 소속 박광온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은 안건조정위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민주당을 탈당한 민 의원을 비교섭단체 몫 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 또 안건조정위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가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침해된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를 두고 "피청구인이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그대로 검수완박 법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 선포한 행위가 관련 국회법 규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 등을 위반한 것임을 인정하고, 여당 법사위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했다는 점에 이번 결정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그동안 자신의 탈당에 대해 "위장이 아닌 진짜 탈당"이라고 강조해왔으나 헌재에 의해 '위장 탈당'이었음이 공식 인증된 셈이다.

민 의원의 탈당이 '꼼수'였다는 점은 인정됐지만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헌재가 입법 과정의 절차적 하자는 인정했지만 그 중대성에 대해 법의 효력을 무효화할 정도로 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헌재 선고에 대해 "황당한 궤변의 극치라고 본다"며 "음주하고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해괴망측한 논리인데, 헌재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같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권은 마구 위헌 법률을 만들더라도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지 않도록 무리하게 자기 사람들을 (헌재에) 넣었다"며 "오늘 헌재 결정은 문 정권에서 자기 편 재판관들을 임명한 부작용"이라고 평가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이 결정이 헌재 불명예로 두고두고 남아서 사법사의 오욕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은 살인에 사용된 흉기라도 증거 수집에 위법한 점이 있다면 증거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만큼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한다"며 "이번 헌재 결정처럼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검수완박' 법안을 허용한다면 입법기관인 국회는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무법지대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당시) 안건조정위에서 위장 탈당에 의해 일방 통과된 검수완박법 조정안과 이후 법사위원장이 가결한 법안은 서로 다른 법안"이라며 "법사위원장이 안건조정위에서 통과된 법안이 아닌 1소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가결했기 때문에 법안 가결 자체가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변인은 "위장 탈당하고 법사위원장이 안건조정위를 거치지 않은 법안을 가결했기에 그것이 인정된다면 법사위원장의 가결 결의도 무효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헌재에서 기각으로 판결한 것에 대해 아주 심히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헌재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헌재는 국회를 통과한 검찰개혁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며 "헌법정신에 기인해 국회 입법권과 검찰개혁법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오로지 검찰 독재정권을 위해서 국민의 뜻을 전면으로 부정했다"며 "입법권을 부정하며 한 법치에 어긋난 무리한 소송, 무모한 정치 소송은 헌재로부터 각하당했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당의 추가 대응을 묻자 "헌재 결정은 단심제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추가로 액션할 건 없다"고 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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