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일단 물가안정 택했지만…'5월 긴축종료' 깜빡이 켰다
◆ 한은 베이비스텝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에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이 최근 은행 연쇄 파산을 불러온 만큼 금리를 동결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목표를 놓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연준은 최근 은행 위기가 초래할 불확실성을 경계하며 연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 그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끝을 맺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을 고려해 금리 동결을 고민했나'라는 질문에 "회의를 앞두고 그것(동결)을 고려했다"면서도 "우리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출 것이다. 말과 행동을 통해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그는 상품 물가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 하락세에도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에너지·식품·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부문 물가) 완화 징후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시장 불안을 의식해 금리를 동결하면 연준의 물가 억제 의지가 약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SVB 파산 이후 연준이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을 내놓은 데 이어 금리까지 동결하면 연준의 위기 대처 능력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은 "지금 당장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반대했다면 그것은 '금융 안정 도구'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신호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준은 이날 공개한 FOMC 성명서와 점도표를 통해 긴축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3월 FOMC 성명서에서는 긴축 기조가 시작됐던 지난해 3월에 등장했던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대신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강화(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라는 표현이 새로 등장했다. 미 은행 위기가 불러올 가계와 기업의 신용 위축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도 해당 문구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은행 파산이 경제를 얼마나 둔화시킬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 차례, 혹은 그 이상의 금리 인상에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주 전인 SVB 파산 전만 해도 파월 의장은 이달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FOMC 위원들도 금리 인상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 올해 말 최종 금리 수준을 5.1%(중간값)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2월 FOMC 전망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4.75~5%인 점을 감안하면 연준의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은 한 차례에 그친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5월 연준이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 최종 금리가 5~5.2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오는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4.75~5%)으로 동결한 뒤 이르면 7월부터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2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베이비스텝)했다. 이번 인상에 따라 영국 기준금리는 연 4.25%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SNB)도 이날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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