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디어업계 vs AI챗봇 갈등 예고…"콘텐츠 사용 보상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챗봇이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이들 AI 챗봇으로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미디어 업계가 관련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 상대로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 콘텐츠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뉴스 콘텐츠를 포함한 챗봇 답변 등의 콘텐츠를 생성하는 AI가 미디어에 위협이 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미국 미디어 업계 경영진들은 AI 챗봇 훈련에 자사 콘텐츠가 얼마나 사용되는지,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법적 대응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AI 챗봇 기술을 적용한 검색엔진 '빙'의 새 버전을 내놨으며, 구글도 이에 대항해 AI 챗봇 바드를 전날 정식으로 출시했다.
미국과 캐나다 언론사 2천여개가 가입된 뉴스미디어연합(NMA)은 이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의 회의를 주최했다.
대니얼 코피 NMA 부회장은 "우리가 투자해 만들어내는 가치 있는 콘텐츠는 실제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만, 현재 다른 사람들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은 AI 훈련에 레딧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MS와 논의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WSJ에 전했다.
WSJ의 모기업 뉴스코프의 로버트 톰슨 최고경영자(CEO)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특정 당사자와 논의를 시작했다. (구글과 MS의 챗봇이) 고유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AI 기업들이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스크랩해 AI 훈련에 활용할 법적인 권리가 있는지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공정 이용(fair use)을 많이 해왔고 챗GPT는 2년 된 데이터로 훈련됐다"며 필요한 경우라면 콘텐츠 이용과 관련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과 같은 "특정 영역의 고품질 데이터에 대해서는 비싼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 이용'은 특정 상황에서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또 알트먼 CEO는 오픈AI가 지난해 이미지 플랫폼 '셔터스톡'과 체결한 계약을 언급했다. 이를 통해 오픈AI는 셔터스톡의 데이터에 접근하고 셔터스톡은 오픈AI의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미디어 업계는 이와 비슷한 계약을 AI 기업들과 체결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디어 업계는 특히 챗봇으로 인한 광고 수익 감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챗봇이 탑재된 MS의 검색엔진 빙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면서 이용한 기사 링크를 같이 제시한다. 그러나 미디어 업계 경영진들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이를 실제로 클릭할지는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구글의 바드는 검색 결과가 참고한 기사 링크를 제공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뉴욕타임스(NYT)의 헤드라인 뉴스를 요약해달라는 요청에 바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러시아 추가 제재를 담은 기사 목록으로 답변했지만, 링크나 인용구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MS는 그간 MSN 사이트에 뉴스 등 콘텐츠를 실으면서 미디어 기업에 콘텐츠 비용을 지불해왔으나, 이 계약에 AI 제품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미디어 기업 경영진들의 주장이다.
구글도 '구글 뉴스 쇼케이스'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사용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을 일부 미디어 기업과 체결했으나, 아직 이 서비스가 미국에 출시되지는 않았다.
그간 미디어 업계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구글 등 빅테크들과 콘텐츠 사용료 지급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미 저작권청(USCO)은 최근 저작권이 있는 자료의 AI 학습 사용을 포함해 AI로 인해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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