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땅값 '들썩'… 상승폭 15년래 최고

김규식 특파원(kks1011@mk.co.kr) 2023. 3. 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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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공시지가 전년비 1.6% 올라
코로나 둔화에 이동량 늘며
대도시 도심·관광지 등 껑충
저금리에 해외자본 유입도 활발
경기침체·금융불안 확산세가
향후 부동산 시장 변수될듯

올해 일본에서 전국 공시지가가 전년보다 1.6% 오르며 15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진정에 따른 일상 회복,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 금리, 저금리 자금을 활용하려는 해외 자본 유입 등이 상승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에서 일부 은행이 위기를 겪는 등 자본 유입에 리스크가 생긴 것과 세계 경기 둔화 등이 앞으로 일본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2023년 1월 1일 기준 공시지가'를 통해 주택지와 상업지 등을 합친 전체 용지의 전국 평균 땅값이 작년보다 1.6% 올랐다고 발표했다. 0.6% 올랐던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상승세를 나타낸 것으로, 오름폭으로는 2008년(1.7%) 이후 최대다.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공시지가 상승률 1.4%도 뛰어넘는다. 닛케이는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소로 코로나19 진정에 따른 왕래 회복과 저금리 자금 조달, 해외 자본 유입 등을 지적했다.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을 용도별로 보면 상업지가 1.8%로 주택지(1.4%) 보다 높았다. 상업지 상승세는 사무실과 점포 등이 모여 있는 도심권이 주도했다. 3대 도시권에서 상업지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도쿄권 3%, 오사카권 2.3%, 나고야권 3.4% 등으로 나타나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이들 3대 도시권 전체에서 상업지 상승률은 2.9%로 전년(0.7%)보다 높아졌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경제활동이 정상화된 것도 도시 지역의 상업지 공시지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방일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으로 교토나 아사쿠사(도쿄)를 비롯한 관광지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 점도 눈에 띈다.

주택지 공시지가 상승은 도시의 맨션(아파트) 가격과 교통이 편리한 외곽 지역 등의 오름세가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권과 나고야권의 주택지 공시지가는 각각 2.1%, 2.3% 오르며 전국 평균(1.4%)을 넘었고, 오사카권 상승률은 1.2%였다.

대형 재개발이나 교통 기반시설 개발 등 이슈가 있는 4개시(삿포로·센다이·히로시마·후쿠오카)의 전체 용지 공시지가는 8.5% 상승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 등이 나타나고 있는 지역에서는 공시지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47개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 가운데 상업지 공시지가가 떨어진 곳은 23개였다. 주택지 공시지가가 내려간 곳은 22개였다.

작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해온 데 비해 일본은행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금융 완화를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JLL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의 부동산 총투자액 가운데 해외 투자가 비율은 34%였다.

하지만 전 세계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 등 향후 상황에 불투명성도 남아 있다. JLL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부동산 투자액은 1조290억달러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최근에는 일부 은행이 경영 위기를 겪는 등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도 부각되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 기초연구소 관계자는 "해외 시장 악화가 일본 부동산 시장에도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도쿄도 주오구 긴자에 위치한 '야마노악기 긴자본점'으로 1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당 5380만엔(약 5억3000만원)으로 작년보다 1.5% 올랐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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