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클럽' 입성 LX세미콘…재선임 손보익 "고객 다변화 추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토종 팹리스'의 위력을 보여준 LX세미콘이 올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에 본격 나선다. 특히 디스플레이 분야에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신제품 발굴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와 제품 라인업 강화에 초점을 두고 기본 역량을 더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손보익 LX세미콘 대표는 23일 오전 10시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상에 따른 급격한 경기 둔화로, TV·IT 기기 등 시장 수요가 급락하며 유례없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면서도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매출 2조원을 달성하며 견조한 성장을 실현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지난 해 동안 전력반도체 방열기판 공장 준공, 국내 팹리스 업체 지분 투자 등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에도 성과를 나타냈다"며 "올해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LX세미콘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6% 늘어난 2조1천193억원을 기록하며 '2조 클럽'에 당당히 입성했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부족한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이 연매출 1조원을 넘기기도 힘든 부분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있다는 평가다. 종합반도체회사(IDM)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제외하면 반도체 설계 분야로만 거둔 것은 LX세미콘이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1년 새 16.0% 하락한 3천106억원에 머물러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참혹했다. 이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줄어든 4천565억원, 영업이익은 85.2% 줄어든 127억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LX세미콘의 실적은 지난 해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며 상반기와 하반기가 극명하게 엇갈렸다"며 "하반기에 글로벌 경기침체 본격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TV, 스마트폰, PC 등 판매가 급감해 고객사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LX세미콘의 지난해 상반기 실적은 좋은 흐름을 보여줬다. 매출은 1조1천842억원으로 반기 첫 1조원을 돌파한데다 2분기에는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천억원을 넘어섰다. 통상 2분기가 TV 및 스마트폰 비수기임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다.
하지만 3분기 들어 분위기가 바뀌면서 매출(4천786억원)은 전기대비 20.1% 전년동기대비 5.3% 떨어졌다. 이 기간 영업이익(604억원)은 전기 대비 44.9% 전년 동기 대비 53.2% 감소했다. 4분기 실적은 낙폭이 더 컸다.
이는 LX세미콘의 최대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의 부진 여파가 주효했다. LX세미콘의 매출 구조는 LG디스플레이를 통해 LG전자, 애플 등 기기에 디스플레이 구동칩(DDI)를 탑재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LG디스플레이가 LX세미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7%로 절반이 넘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TV 시장 불황 등의 여파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 탓에 LX세미콘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재고자산이 1년 새 140% 늘어 4천826억원을 기록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7.4회에서 4.2회로 줄었고, 재고자산회전일수도 49.3일에서 86.9일로 2배 가량 길어졌다. 49일이면 충분했던 LX세미콘의 재고 소진 기간이 87일로 대폭 둔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 침체로 LX세미콘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DDI 수요 역시 함께 줄면서 재고자산 증가로 이어졌다"며 "LG디스플레이가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올해부터 디스플레이 패널 감산에 나섰다는 점에서 LX세미콘의 재고 상황이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어려울 듯 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시장에선 LX세미콘이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봤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스마트폰, TV 등 전자 기기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디스플레이 시장도 움츠러 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3년 TV 패널 출하량이 전년대비 2.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 대표는 올해 전방산업 악재가 예고된 만큼 DDI에 편중된 사업구조 재편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DDI는 LX세미콘의 주력 아이템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0%에 육박했다. DDI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수많은 픽셀을 구동하는 데 쓰이는 반도체 칩이다.
특히 손 대표는 새로운 먹거리로 방열기판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LX세미콘은 지난 2021년 10월 LG화학이 보유한 일본 FJ머티리얼즈 지분 30%와 유무형 자산 등을 인수하면서 방열 소재 분야에 뛰어든 바 있다. 지난해부터 경기 시흥에 구축 중이 방열기판 공장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또 다른 먹거리는 LG이노텍으로부터 넘겨받은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부문이다. SiC는 기존 실리콘(Si) 대비 내구성 등에 강점이 있어 전기차 부품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주총에서 손 대표는 "기존 디스플레이 분야 외에도 신규 제품의 지속적인 발굴과 성과 창출을 통해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며 "기축사업에서의 지속 성장을 위해 고객을 다변화하고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과 고객 니즈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선행 개발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IC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개발을 통해 고객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손 대표는 올해 팹리스의 기본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는 각오다. 이의 일환으로 LX세미콘은 지난해 국내 팹리스 기업 텔레칩스 일부 지분을 취득한 바 있다. 텔레칩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반도체 등을 개발하는 곳으로, LX세미콘은 향후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전장용 반도체 분야에서 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매그나칩 인수합병(M&A)과 관련해선 여전히 답보 상태다.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란 입장이지만, 진척된 사항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올해 R&D 효율 개선으로 업의 본질인 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변화를 민감하게 센싱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추진할 것"이라며 "시스템 구축을 고도화해 고객 중심의 서비스 구현을 위한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선 손 대표가 사장으로 재선임 된 데 이어 김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새롭게 이사회에 합류하는 김훈 CFO는 (주)LG 재경팀, LG상사 경영관리담당, LX인터내셔널 인니경영관리담당 등을 거쳤다.
또 LX세미콘은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지낸 정성욱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한 차례 연임한 윤일구 연세대 공과대학 교수가 임기를 마쳤기 때문이다. LX세미콘은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등 이사회 6인 구성이다.
이날 주총에서 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4천500원을 확정했다. 또 감사위원 선임 시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의 정관도 신설했다.
손 대표는 "올 한 해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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