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소제거장치, 제시한 성능 못 미쳐…규제요건은 만족"
수소제거율 한수원 구매규격 미달…"추가 실험 후 최종 규제조치 결정"
세라컴 "한수원 납품당시 구매요건 충족…원안위 보고 실험, 납품 당시와 달라"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국내 18개 가동원전에 설치된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성능이 한국수력원자력의 구매 규격에 못 미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PAR는 원자로 건물 내에서 중대사고 등으로 수소가 발생했을 때,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해 촉매인 백금으로 수소를 산소와 결합해 물로 만들면서 수소 농도를 낮추는 기기다.
다만 설계기준사고가 났을 때 수소 농도를 4% 아래로 유지해야 하는 규제 요건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안위는 23일 제173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익 신고에 따른 PAR 수소 제거율 실험 중간결과'를 보고받았다.
이번 실험은 앞서 2021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국내 PAR 제작사 세라컴의 PAR 수소 제거율이 한수원 구매규격에 못 미친다는 공익제보가 신고되면서 이를 검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중간결과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 실험장비를 활용해 수소 농도 4%에서 세라컴 PAR에 대한 성능검증을 진행한 결과 수소 제거율은 초당 0.131~0.137g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라컴이 제시한 0.251g의 절반 수준이고, 한수원 구매규격 0.2g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다만 원전 격납건물의 평균 수소 농도를 설계기준사고 기준 4%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는 규제요건은 만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실험에서 확인된 수소제거율을 대입해 국내 원전 18기의 격납건물 수소 농도 최댓값을 분석한 결과 2.563~3.303%로 모두 4%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PAR 설치 심사과정에서 제시된 분석값인 2.549~3.267%과 비슷한 수준인데, 심사에서 수소제거율을 보수적 수치인 초당 0.143g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원안위는 원자력연 실험장비에서는 수소 농도 4%까지만 검증이 가능한 만큼 향후 세라컴의 실험장비를 활용해 중대 사고를 가정한 수소 농도 8% 실험을 추진하고, 최종 결과를 바탕으로 규제 조치를 확정하기로 했다.
이 실험에서 세라컴이 제시한 수소제거율과 차이가 나는 원인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원안위는 또 한수원에는 자체 조치방안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 한수원은 PAR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세라컴은 "한수원에 납품할 당시 한수원이 요구하는 구매요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이번 원안위에 보고된 실험은 납품 당시 세라컴에서 진행했던 실험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원안위에서 하정구 위원은 "독일 THAI 시설에서 검증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만큼 3자 관점에서 검토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수원이 PAR를 연구하던 과정에서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규제 관점에서 확인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나왔다.
김호철 위원은 "최종 결과에 따라 심사 결과와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한수원이 보고를 해야 했는지를 규제 입장에서 살펴봐 최종 보고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PAR가 원전 운영에 필수적인 장비가 아닌데 너무 오랜 기간 논의가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PAR는 원전에 설치된 기존 수소폭발 방지 설비와 달리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때도 기능하는 설비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필요성이 제기돼 2012년 설치됐다.
제무성 원안위원은 "PAR가 100% 수소폭발을 예방한다는 보장도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인데 2년 넘게 논의해야 하는 사항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원안위는 PAR 성능에 대한 의혹 제기에 따라 우선 운영 허가 심사가 예정돼 있던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국내 PAR 제작사 KNT의 설비를 우선 검증했다.
지난해 11월 KNT의 PAR가 규제 요건을 만족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이후 원안위는 공익제보 대상인 세라컴 PAR에 대한 검증을 진행해 왔다.
한편 이날 원안위는 한울 1·2호기 원자로 헤드를 개선된 제품으로 교체하는 '원자력이용시설 운영 변경허가안'을 심의·의결했다.
신월성 1·2호기와 신고리 1·2호기 안전등급 4.16kV 차단기 제어논리 회로를 변경하기 위한 운영 변경허가는 추후 재상정하기로 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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