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버틸 만큼 버텨"…방통위 구성 놓고 與野 수 싸움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의결을 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여야가 차기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방통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셈법이 복잡해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임기만료를 앞둔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의 후임으로 최민희 전 의원을 내정하며 야당 몫 챙기기에 나선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의 기소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23일 정치권과 검찰 등에 따르면 한상혁 위원장이 전날(22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 등으로 서울북부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현재 검찰은 한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이달 내로 (한 위원장이)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선 한 위원장의 기소로 차기 방통위 구성을 둘러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30일 임기만료를 앞둔 안형환 부위원장의 후임으로 민주당이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내정하면서 5인으로 구성된 상임위가 일시적으로 여당 1명, 야당 4명이 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역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관급 위원장과 4명의 차관급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방통위 상임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과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2명으로 이뤄진다. 여당측 3명, 야당측 2명으로 방송사업·규제와 관련해 정부가 원활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되 야당이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하지만 전 정부에서 마련된 현 상임위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한 위원장과 김창룡 위원, 당시 여당인 민주당 몫의 김현 위원,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몫의 안형환·김효재 위원으로 민주당이 우세한 구도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일 민주당은 오는 30일 임기를 마치는 안 부위원장 후임으로 최민희 전 의원을 내정했다. 안 부위원장 자리가 야당 추천 몫인 만큼, 현 야당인 민주당이 가져가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최 전 의원 선임 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일시적으로 여 1, 야 4 구도가 될 수 있다. 이에 여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여야가 뒤바뀌면 추천하는 정당도 바뀌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에 맞선 여당 추천 후보자를 내놓는 등 다른 방송 관련 쟁점사안들처럼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창룡 위원의 후임을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하고 한 위원장의 기소로 업무가 정지되면 새 위원장을 내세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방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위원장이 구속기소 된다면 (직무를 정지하고) 위원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한 위원장이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뜻을 밝혀 왔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라며 "버틸 만큼 버텼고 더 이상 명분이 없다. 야당도 그걸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직위가 해제될 수 있다. 다만 한 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이고,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선 명확한 근거가 없어 해석이 분분하다. 야당에서도 이런 점을 들어 한 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나 해임은 무리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혐의가) 결론 난 것도 아닌데 검찰이 기소만 한다고 해서 바로 직위해제를 하는 게 적절한가 생각이 든다"며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개입하기 위해 (직위해제) 조항을 억지로 찾아 검찰 동원해서 기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을 정리하면 그 후임 추천도 대통령 몫이니 (한 위원장 임기만료인) 7월에 할 것을 당길 수 있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만약) 한 위원장 직위해제를 시키지 못 하면 여당이 아무 일도 못 하게 (상임위를) 식물로 두고 (여야) 2대 2 구조로 갈 수도 있다"며 "여당은 어떻게 해서든 민주당 3인 구조는 만들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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