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무섭게 떠난다 … 은행주 백일천하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3. 3. 23.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월에 치솟던 은행주 주가
올해 상승분 대부분 반납
금융당국 고강도 규제에
美·유럽發 시장 불안 겹쳐
외국인 금융지주 매도 행진

지난 1월 한 달간 빠르게 상승했던 은행주가 규제 강화와 외국인 매도 영향으로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중 4위와 5위를 KB금융(1979억원)과 신한지주(1721억원)가 차지했다. 외국인은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이달 들어 각각 562억원, 483억원어치 팔아 4대 금융지주만 약 474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주주 비중이 60%를 넘는 은행주는 외국인 매도세에 주가도 힘을 쓰지 못했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들어 각각 7.87%, 8.48% 하락했다. 작년 말에 비해서는 각각 3.2%, 0.24%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가 8.41% 오른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신한지주와 KB금융도 연초 상승분을 반납해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각각 1.56%, 0.93% 오르는 데 그쳤다.

은행주는 연초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와 지난해 실적 개선 효과 등이 겹치면서 1월 한 달간 15%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대통령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비판 등이 잇따르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은행 대출 감소에 따라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도 염려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출 역성장과 순이자마진 하락으로 전체 은행의 올해 1분기 추정 순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하는 5조9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도 지난 1월 말 기준 0.31%로 전월 말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연체채권 잔액 규모도 1월 말 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급증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업 연체는 꾸준히 감소했지만 자영업자의 1월 말 연체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고 가계 연체잔액도 64% 급증했다"며 "1월에 발생한 신규 연체 규모도 1조9000억원으로 최근 3개월 평균보다 77% 증가했는데 이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40%로 잠정 집계됐다. 부실채권 비율은 총대출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비율이다. 총여신은 8조7000억원(0.3%) 줄어든 반면 부실채권은 4000억원(4.5%) 늘어난 결과다.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상승한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대기업 여신(0.01%포인트 감소)을 제외한 모든 부문의 부실채권 비율이 올랐다. 특히 중소기업과 가계신용대출이 각각 0.04%포인트, 0.03%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컸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은행 위기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를 촉발했던 것과 달리 이번 은행 위기는 개별 금융기관의 자금운용 문제로 국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스위스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처에 따라 세계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다만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은행은 지난해 4분기 경기 전망 하향 조정에 따른 추가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했고,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올해 대손 부담 확대에도 이자이익은 늘어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제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