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기후위기 시대와 First Korea로의 길

2023. 3.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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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40% 감축' 약속
현 정부 승계는 초정권적 결단
국민 주도 '탈탄소 시대' 열 때
진정한 일류국가 되어있을것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연도별·부문별 기본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여야 합의로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른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국민 공청회를 비롯해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뜻을 여쭈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번 계획안의 요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줄이겠다는 지난 정부의 약속을 현 정부가 어떻게 구체화할 것이냐에 있습니다.

사실 지난해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직후부터 이 사안이 내부에서 치열하게 거론되었는데 윤석열 당선인은 '국제사회와의 약속도 약속이지만 무엇보다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감축 목표를 준수하자'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5년 단임제가 고착되며 이전 정부의 중요 정책을 일단 부정하고 단절해온 한국의 정치 습속을 감안할 때 이는 평가받을 일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2050 탄소중립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감안할 때 (현행 헌법이 유지된다면) 앞으로 다섯 분의 대통령이 정책을 지속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인류의 실존이 걸린 기후 위기 대응은 좌우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채 8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40% 감축을 어떻게 실현해 나가느냐에 있습니다. 국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 온실가스 배출 3.5% 증가에 이어 2022년에는 0.7%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됩니다. 이유야 어떻든 목표와 현실은 따로 가고 있는 거지요. 공청회에서 청년들이 피켓시위를 하며 분노를 표출한 것은 그러므로 정당한 것입니다.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당사자는 이들이니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연금개혁에 소극적인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 폐를 끼치는 '세대 간 형평(Generational Equity)' 이슈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구세대 '꼰대'의 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경제는 앞으로도 중요하리라는 점입니다.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내걸고 IRA라는 법을 통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탄소중립 산업 인프라에 투입하는 것이나, 이에 질세라 유럽연합(EU)이 '넷제로 산업법'을 만들어 전략산업 육성에 나서는 것이나 모두 탈탄소 시대의 경제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마디로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는 돌파 전략이 필요합니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탈피해 재생에너지와 수소, 차세대 원전과 에너지저장장치로 과감히 옮겨 타야 합니다. 세계가 쓰고 있는 철강, 화학 등 우리 주력 산업의 녹색화에 총력전을 펼쳐야 합니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와 지능형 전력망을 연결해 모빌리티와 에너지가 연계되는 청정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도체로 여기까지 왔듯,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CDR(탄소제거) 신기술에도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한국 특유의 과학기술과 혁신역량으로 탈탄소 시대, 국제사회의 불가결한 존재가 되어 다음 세대의 미래를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퍼스트 코리아(First Korea)의 기본 조건입니다.

물론 이걸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국민 모두가 변화를 이끌고 감시하는 '권력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헌법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계획안은 그러므로 국민에 의해 완성되어야 합니다. 학창 시절 제3세계 약소 개도국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저는 이를 통해 클래스가 다른 나라,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는 First Korea의 자녀를 보고 싶습니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KAIST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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