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한우등심 1인분 6만원 유감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2023. 3.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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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인타운에서 5명이 불고기를 먹어도 90달러(약 11만원)인데, 한국 외식 물가는 정말 끔찍하다." 최근 기자가 물가조사기관을 통해 파악한 서울 주요 한우전문점의 등심 1인분(150g) 판매 가격이 평균 6만원을 넘었다. 이를 토대로 작성한 기사에 달린 수백 개 댓글에는 식당 한우 가격에 대한 싸늘한 민심이 여실히 드러났다.

3년 사이에 음식점 한우 가격은 등심이 28%, 안심은 34% 올랐다. 치솟는 음식점 가격과 달리 한우 도매가격은 3년 전과 비교하면 '투뿔' 등급 기준 12%, '원뿔' 등급 기준 20% 하락했다. 대형마트에서 한우 등심 150g 가격은 1만5000~2만원 선으로 음식점에 비하면 3~4분의 1 수준이다. 축산농가들은 사료 등 사육 비용은 크게 느는데 도매가격은 급락해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식당 주인들도 할 말은 있다. 지난 정부에서 단기간에 과도하게 올린 최저임금과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인건비와 전기료 등 식당 운영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한우 값은 떨어졌지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그에 대응한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와 소득 양극화로 귀결되면서 '가격을 올려도 어차피 사 먹을 사람은 사 먹는다'는 생각이 한우 식당 주인들의 배짱 영업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금보다 심화되고 행여나 위기 상황까지 가게 될 경우 식당에서 한우를 사 먹을 수 있는 수요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음식점에서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사람들이 식당을 찾지 않는 현상이 굳어지면 외식산업 전반이 붕괴될 수 있다. 식당 주인들이 박리다매를 해서라도 소비자가 일단 식당으로 올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 수원시 호매실동 소재 '한우 스마트 정육식당'의 김재남 대표는 "'한우는 비싸서 먹기에 부담스럽다'는 인식을 바꾸겠다"면서 1등급 한우 등심 200g을 2만원이 되지 않는 금액에 판매하고 있다.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식당 주인들이 좀 더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최재원 컨슈머마켓부 choi.jae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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