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윤경림 대표후보 사의에 또 혼돈…경영공백 장기화하나
"임승태·윤정식 사퇴, 분수령 돼" 분석…경영 공백에 이사회 책임론 부상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연임을 시도했던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의 뒤를 이어 차기 대표 후보로 나선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주주총회 직전 자진 하차 의사를 전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그는 여권이 "이권 카르텔"이라며 비판할 때에도 흔들림 없이 가는 듯 보였지만, 임승태 전 KT 사외이사 후보 자진 사퇴 등 암초를 만나며 결국 사의를 굳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구 대표 연임 좌초에 이어 윤 후보까지 중도 하차 뜻을 밝히면서 주총을 불과 일주일 앞둔 KT는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선 "버틸수록 조직 안정 해칠까 부담 느낀 듯" 해석
윤 후보는 이달 초 KT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출된 직후 가칭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를 사내에 설치하고 여권 등에서 문제로 지적한 사내 거버넌스 개혁에 시동을 거는 등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임승태 전 KT 사외이사 후보·윤정식 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가 잇따라 자진해서 사퇴하면서 스텝이 꼬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 캠프'에 특보로 참여했던 임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KT 사외이사 후보로, 윤 대통령 충암고 동문인 윤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 후보로 내세우며 여권과 소통이 이뤄진 듯 보였지만, 이들이 잇따라 하차하면서 체면을 구긴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후 글로벌 의결권 자문 기관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연구소 등이 윤 후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고 소액주주가 뭉치며 대표 선출 가도에서 순항하는 듯 보였지만, 그의 선택은 중도 하차로 귀결되고 말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 반대가 여전하다면 의결권 자문사 의견을 글로벌 투자은행 등 이른바 '큰 손'들이 얼마나 따를지 의문인 상황"이라며 "주총 결과가 윤 후보에게 꼭 유리하다고 예단할 수 없었던 것이 크지 않았나 한다"고 짐작했다.
여기에 윤 후보가 과거 현대차 임원 재임 시절 구현모 대표 친형이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투자 결정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꺼지지 않으면서 검찰의 내사 소식이 전해진 점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윤 후보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조직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부담을 주변에 토로했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급변하는 통신환경 속 경영 공백…이사회 부담 커져
주주총회를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차기 대표 후보가 사의를 밝힘에 따라 일단 수용 여부와 관계 없이 KT의 경영 공백 상태는 한동안 이어지게 됐다.
사퇴가 확정되면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 전에 다른 대표이사 후보를 확정 짓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KT 안팎의 관측이다.
윤 후보 사의가 수용되면 주총 안건으로 공시됐던 대표이사 선임 건은 자동 폐기된다. 서창석·송경민 사내이사 선임 건도 마찬가지다.
주총 이후 공석인 대표이사직은 구현모 현 대표가 대신하지만, 투자 결정 등 굵직한 의사결정은 하기 힘들고, 의례적인 경영 활동에만 업무가 한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장 공석뿐 아니라 통상 임원 인사를 11∼12월에 하던 KT가 한 달 단위로 임원 임기를 연기하고 있는 상황도 사실상 경영 마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촉구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최근 거세진 생성 AI 열풍에 디지털 전환 사업이 산적한 상황에서 중대한 사업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이사 등 임원진뿐 아니라 이사회 구성에서도 빈자리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 새로 선임하거나 연임을 의결할 사외이사 5석 가운데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현 이사를 제외한 2석은 후보가 정해지지 못했다.
이강철 전 사외이사 후임으로 결정됐던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중도 하차했고 이달 초 사임한 벤자민 홍 사외이사의 후임을 결정하지 못한 탓이다.
구현모, 윤경림 후보로 이어진 대표 후보 중도 하차 사태가 계속되자 후보를 선출하는 이사회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수 노조인 KT노조는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새노조도 성명에서 " KT 이사회의 3번에 걸친 후보 선출 실패는 흠결이 이미 드러난 이들을 무리하게 뽑은 데서 비롯됐다"며 "이는 결코 실수일 수 없으며 이사회에 준엄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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