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을 나라가 사준다고?"...그런 나라 또 있나, 찾아보니
[편집자주] 일정 수준 이상 남는 쌀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 남아도는 쌀이 더 늘어나고, 이 때문에 나랏돈이 낭비된다는 여당의 반발에도 야당은 밀어붙었다. 재정을 아끼고 시장 원리를 지키면서도 쌀 농가의 소득 안정성을 확보할 방법은 없을까.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하 양곡관리법)을 두고 관련 기관과 학계 등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양곡관리법은 수요 대비 쌀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동기 대비 5~8% 하락하면 정부가 남는 쌀을 매입토록하는 내용이 골자다.
가장 유사한 사례로는 2011년 태국 정부가 시행한 의무 수매 정책이 거론된다. 당시 잉락 친나왓 내각은 시중 가격의 150% 가격으로 쌀을 수매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지정된 창고에 입고된 후 4개월간 농가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시장가격이 높다면 판매가 가능하고, 미판매 시 정부가 소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수매정책은 급격한 생산량 증가를 낳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태국의 쌀 생산량은 의무 수매 정책 시행 1년 만에 23% 증가했다. t(톤)당 쌀값도 2011년 8155바트에서 2013년 9972바트로 올랐다. 정부가 쌀을 책임지고 매입해주자 고품질이 아닌 다수확 품종 생산에 집중하는 농가들이 늘어난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1970년대 이후 CAP 정책 시행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매년 2% 증가했다. 평균 농산물 수요 증가율인 0.5~1%를 초과하면서 잉여농산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밀 생산량은 수요의 30%를 초과했다. 버터와 쇠고기의 초과 생산량도 각각 34%, 10% 수준을 기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CAP는 일부 대규모 농가에만 이익을 주고 유럽 농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의 소득향상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재정 부담만 초래했다"고 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어떨까.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곡관리법과 같은 형식의) 의무매입은 아니지만, 일본 정부가 1960~70년대에 일부 농가를 상대로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해 과잉 물량을 매입한 사례가 있다"면서 "과잉은 해소되지 않고 막대한 재고 관리비용이 소모됐다. 많게는 한 해 소비량의 60% 이상이 재고로 쌓였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일본 쌀 시장 상황이 많이 호전됐다"며 "(양곡관리법 같은) 시장격리는 일본은 시행하고 있지 않고, 타작물 전환을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쌀 시장 내에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농가들이 다른 작물로 생산을 전환하도록 유도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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