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들 '인증 중고차' 준비 착착…업계 "골목상권 어쩌라고" 반발

현대차, 23일 주총서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 공식화…기아·쌍용차 이어 3번째
르노코리아·한국GM도 중고차 진출 카드 '만지작'…중고차 업계 "상도덕 어긋나" 강경대응 예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월 미국 시장서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2023.3.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윤다혜 기자 =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물론 쌍용자동차(KG모빌리티) 등 완성차업체들이 줄줄이 중고차시장 진출을 위한 수순을 차근차근 진행하자 중고차업계는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위해 사업목적에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했다.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위한 정관 손질을 마친 것이다.

정재훈 현대차 사장(대표이사)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하겠다"며 "생산·판매 최적화와 물류 리드타임 단축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기에 제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에 인증 중고차 사업 준비를 마치고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11일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중고차 매물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2023.1.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기아차도 지난 17일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하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마쳤다.

'KG모빌리티'로 새출발한 쌍용자동차도 중고차시장에 뛰어든다. KG모빌리티는 지난 17일 열린 주총에서 사명 변경과 함께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상반기에 판매와 정비 조직 등을 정비해 인증 중고차 사업 준비를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와 기아에 이어 KG모빌리티(구 쌍용차)까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높은 수익성'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판매량은 377만대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380만2000대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신차 판매량은 평균 178만대다.

이 외에도 르노코리아자동차, 한국GM도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 기존 중고차 업계는 "골목상권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현대차가 대기업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중고차시장을 잠식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현대차가 지난달 경기 용인시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주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 "이른바 '골목상권'에 진입해 자동차매매업에 종사하는 30만 영세 소상공인 가족의 생존권을 빼앗는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또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부처와 국회가 현대차의 불공정한 영업형태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현대차가 입주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은 이미 법적으로 허용이 된 사안이고, 용인에 입주하는 시설은 판매 매장도 아닌 진단, 정비, 물류 등 사업 준비를 위한 시설"이라며 "입주를 철회할 이유도,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dahye1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