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기준금리 베이비스텝에도 금융불안 여전, 대외 변동성 대비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이달 초만 해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금융시스템이 불안하자 긴축 속도를 조절한 것이다.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은행도 통화정책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했다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졌을 것이다. 한국은 수출 급감과 내수 둔화 등 경기 침체로 금리 인상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은행 파산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연준이나 미국 재무부는 SVB 사태를 대처하는 능력에 한계를 보인 게 사실이다. 미국에 이어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견디지 못해 UBS에 인수되는 등 세계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미국과 스위스 정부가 가까스로 위기를 막았지만 언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금융거래의 디지털화로 은행에서 돈이 빛의 속도로 빠져나간다는 점도 문제다. SVB와 CS 사태처럼 모바일뱅킹은 순식간에 대형 은행을 파산시킬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재연과 실물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것도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돌발 변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금융불안지수(FSI)는 작년 10월 이후 5개월째 '위기' 단계에 있다. 금리가 치솟고 집값이 하락하며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진 탓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오름세로 돌아섰고, 다중채무자 등 고위험가구는 2년 새 2배 증가했다.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위험 노출액은 115조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악재가 덮치면 국내 금융시스템도 급속히 붕괴될 수 있다. 지금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충당금과 자본 확충 등 금융사의 건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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