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빗물 새는 국기원
K팝·K드라마·K뷰티…. 한류 대표 상품들이다. 이 같은 한류 열풍의 원조와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국기(國技)인 태권도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조차 없던 1972년, 미국에 첫 해외 태권도장을 낸 지 50여 년 만에 국기원 태권도장이 들어선 나라만 203개국으로 급팽창했다. 우리나라 정식 수교국(191개국)보다 더 많다.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로 태권도 영토를 확장한 셈이다. 심신 단련을 위해 해외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인구만 2억명, 이 중 국기원 단증 보유자는 1000만여 명에 달한다. 글로벌 스포츠로도 자리매김했다. 2024년 파리, 2028년 LA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8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선다. 이처럼 세계화·대중화에 모두 성공한 태권도의 총본산이 세계태권도본부 역할을 하는 국기원(國技院)이다. 국기원은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성지다.
하지만 부푼 기대를 안고 국기원을 찾았다가 커다란 실망만 안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태권도의 세계적 위상과는 영 딴판인 국기원의 남루하고 초라하고 왜소한 모습 때문이다. 지은 지 51년이나 된 시설물 곳곳의 페인트칠은 벗겨지고, 비만 오면 천장에서 빗물이 새고, 파손된 채 방치된 관중석 의자 등 열악한 환경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관중석은 800석에 불과해 국제경기는 치를 수도 없다. 일본 국기 '스모' 총본산인 일본 국기관과 유도 메카인 무도관(武道館) 은 모두 관중 수용 규모가 1만명 이상이다. 우리와 태권도 종주국 지위를 다투는 북한의 국기원 격인 '태권중앙도장'에는 2300개 좌석을 갖춘 경기장, 훈련실, 프레스룸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들 시설과 비교하면 국기원에 세계태권도본부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다. 국격과 세계화된 태권도 위상에 걸맞은, 그래서 전 세계 태권도인들이 성지 순례하듯 꼭 찾고 싶어 하는 제2의 국기원 건립에 나서야 할 때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자 국기인 태권도에 대한 푸대접을 이젠 끝내야 한다. 비가 새는 국기원이 말이 되나.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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