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CPU 지각변동 … 인텔 주가 45% 떨어질때, AMD는 745% 폭등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글로벌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인텔(INTC)과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인텔 주가가 5년 새 45% 폭락한 반면 저렴한 제품 취급을 받던 AMD의 주가는 745% 폭등했다.
인텔에 밀려 2인자의 설움을 겪었던 AMD는 최근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실적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최악의 부진에 배당까지 삭감한 인텔은 증권가에서조차 "더 이상 놀라울 것 없는 부진"이라는 한탄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인텔 주가는 2020년 1월 기록한 역사적 최고점 대비 59% 하락했다. 대부분 반도체 기업들이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2021년 말까지 상승을 이어갔지만 인텔은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다. 2014년 수준인 28달러 선에 머물고 있는 현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당시 기록한 저점보다도 35%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반면 AMD 주가는 상승을 이어왔다. 현 주가는 최고점 대비 40%가량 내린 상황이지만 2014년과 비교하면 2395% 올랐다. 2018년 2119억달러(약 274조원)에 달했던 인텔의 시가총액은 올해 3월 기준 1164억달러(약 151조원)로 반 토막 났다. 반면 AMD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186억달러(약 25조원)에서 1572억달러(약 203조원)로 8배 이상 늘었다.
AMD의 시장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반면 인텔은 점유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사업 부문에서 AMD의 추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CPU 시장에서 인텔 매출액은 16% 감소한 반면 AMD는 60% 증가했다. 2021년 인텔의 점유율은 80.71%였지만 지난해 70.77%로 줄었다. 반면 AMD 점유율은 11.74%에서 19.84%로 높아졌다. AMD의 서버용 에픽(EPYC) 프로세서 밀란의 시장 수요가 급증한 점이 점유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텔의 매출 가운데 4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PC 사업(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의 매출 둔화도 치명적이다. 지난해부터 PC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인텔은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로 전환됨에 따라 PC 시장 '코로나 특수'도 종료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은 2억6700만대로 전년 대비 6.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PC 출하량은 16% 줄었는데 2년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는 것이다.
인텔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도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AI 학습에 활용되는 GPU 시장은 엔비디아가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인텔에 합류한 AI 전문가 라자 코두리 수석 부사장이 최근 인텔을 떠났다. 애플 출신이면서 그래픽 전문가인 코두리는 그동안 인텔의 그래픽칩셋, AI 개발 등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일반회계기준(GAAP)에 따른 인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8% 급감했다. 2020년 778억달러(약 99조7000억원)에 달했던 인텔의 매출액은 올해 523억달러(약 67조원)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1분기 19억5000만달러(약 2조4900억원)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텔의 가이던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1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고려하면 PC CPU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0~50%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인 실적 부진에 인텔은 분기별 배당금을 66% 대폭 삭감하기도 했다. 오는 6월 1일 지급되는 분기별 배당금은 주당 12.5센트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5%까지 치솟았던 인텔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1%까지 떨어졌다. 높은 배당수익은 주가 하락에도 기존 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하게 만드는 요인인데 '배당컷' 소식에 투자심리 악화가 지속됐다.
인텔과 반대로 AMD 실적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0년 97억달러(약 12조4300억원)에 불과했던 AMD의 매출액은 2021년 164억달러(약 21조원), 2022년 236억달러(약 30조2400억원)를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선 물가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고수하는 AMD의 가격 정책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PC 시장에선 상반기까지 재고 조정이 진행될 예정인 만큼 인텔과 AMD의 점유율 상황에 대해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서버 시장은 기존 수주 물량으로 단기적으로 인텔이 점유율을 회복할 가능성도 있지만 AMD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신규 수주를 고려하면 AMD의 점유율 확대가 2024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AMD의 주가 상승 동력은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4분기 AMD의 PC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지만 데이터센터 매출액이 42% 늘며 손실을 상쇄했고 주가는 이달에만 24% 올랐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관련 클라우드 제공사의 에픽 프로세서 도입이 증가했다"며 "북미 지역의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기업) 매출액도 2배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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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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