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車 부품 회사"…스마트폰 중독 치료 나선 LG이노텍·삼성전기

강태우 기자 2023. 3.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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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부품 성장세 '청신호'…성장 동력 삼아 돌파구 마련
테슬라 등 전기차·자율주행차 업체와 협업 확대 가능성도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23일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2023.3.23/뉴스1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LG이노텍(011070)과 삼성전기(009150)가 얼어붙은 시장상황을 돌파할 무기로 '전장'(자동차 전자부품)을 꺼내 들었다. 이와 함께 고성능 반도체 기판인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도 키워 성장을 가속한다는 전략이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차량 카메라, 라이다, 파워 모듈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81.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기판소재 사업부(8.6%), 전장부품 사업부(7.4%)가 이었다.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카메라모듈 사업을 담당하는데 애플이 최대 고객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편중된 매출 비중과 높은 애플 의존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LG이노텍은 한쪽으로 쏠린 사업부 비중의 균형을 맞추고 수익 모델 다변화를 위해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는 중이다.

특히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차량용 통신 모듈, 전기차용 파워, 차량용 센서 등을 담당하는 전장부품 사업부를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2021년 12월 광학솔루션 사업부로 이관된 차량 카메라 모듈 역시 성장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G이노텍 사전 부스투어에 차량용 부품이 전시되어 있다. 2023.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LG이노텍은 '질적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 4743억2200만원이었던 연구개발비는 2021년 5643억4300만원, 2022년 7529억8300만원으로 점차 증가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연구개발 실적 가운데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4개 중 9개(64.2%) △2021년 12중 6개(50%) △2022년 11개 중 8개(72.7%)로 과반이다. LG이노텍 '차량 모터'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도 11.2%(2020년), 12.5%(2021년), 15.1%(2022년)로 늘고 있다.

FG-BGA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이다. 특히 서버용 FC-BGA는 최근 데이터센터 서버용 칩 수요 급증으로 그 수요가 매우 커지고 있으며 향후 자율주행차 등에서도 높은 수요가 전망된다.

이런 전망에 힘입어 LG이노텍은 지난해 2월 FC-BGA 등 기판 부문에 4130억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이날 "광학솔루션 사업은 핵심부품사업 내재화 및 디지털 전환(DX) 가속화를 통한 생산성 극대화에 힘쓰겠다"면서 "기판소재사업은 조기 양산에 성공한 FC-BGA를 빠르게 글로벌 일등 사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삼성전기 주주총회에서 장덕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도 전장사업에 주력한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1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이후 취재진을 만나 "이제 삼성전기를 자동차 부품사로 생각해 달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자동차에 카메라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고부가 기판 탑재 수가 늘어나면서 수요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 장 사장은 주총에서 "전장 부품 시장은 자율주행 기능 적용 등의 영향으로 20~30% 수준의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삼성전기도 전장 사업 매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모든 사업부가 전장과 관련된 만큼 종합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MLCC 등을 담당하는 컴포넌트 사업부는 43.84% △카메라 모듈·통신 모듈 등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는 34% △반도체패키지 기판을 맡고 있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는 22.16%로 비교적 비중이 고른 편이다.

FC-BGA 시장 리더십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기는 베트남 생산법인에 FC-BGA 생산 설비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1조3348억 원을 투입했다.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지난 1월 4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고객사들의 공급량 확대 요청에 따라 캐파(생산능력) 증설을 하고 있고 FC-BGA 투자 계획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전장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서버뿐 아니라 전장용 FC-BGA에도 집중하고 MLCC, 카메라 모듈 등의 개발도 지속한다. 최근 삼성전기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적용 가능한 전장용 반도체 기판을 개발했으며 전장용 초소형·초고용량 MLCC 및 전장용 카메라 모듈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는 한계가 있지만 자동차 시장의 경우엔 다르다. 향후 전기차·자율주행차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전장 부품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테슬라를 포함한 다양한 자동차 업체와도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ur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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